이달 초까지만 해도 영상 20도를 넘나들던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앉는 등 기온이 급변하자 채소류 가격이 널뛰고 있다. 추위에 약한 작물일수록 변동 폭은 더 크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딸기는 여름철 이상기후 영향으로 출하 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도매시장에서 오이 상추 깻잎 등 채소류 가격은 1주일 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산 오이는 지난주보다 115.8% 오른 ㎏당 4256원에 거래됐다. 상추는 116.2% 급등한 4029원, 깻잎은 45.4% 뛴 5175원에 판매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반도 일부 지역의 한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기는 등 ‘더운 가을’이 이어졌다. 그 덕분에 생육이 개선되면서 상당수 농산물 가격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2주 만에 강추위가 찾아오자 채소류 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오이는 추위와 바람에 취약하고 엽채류 또한 잎이 얇아 기온 변화에 작황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KAPI는 지난 4일 138.04포인트에서 16일 151.04포인트까지 상승했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동절기 주산지인 경북 상주, 전남 고흥에서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 시세는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 배추 도매가는 한 달 전보다 14.6%, 무는 12.2% 하락했다. 이달 들어 가을배추 출하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정부의 강력한 공급 확대책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1월 13일 김장할 경우 비용은 평균 19만3106원으로, 전년 동기(21만6358원) 대비 10.7% 저렴할 것으로 추산된다.
딸기는 지난 여름철 이상기후가 출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름에 농가에서 정식(밭에 모종을 심는 것) 시기를 8월에서 9월로 미뤘기 때문이다. 이달 출하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할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