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지역 정세 악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관투자가들이 안전한 MMF 시장으로 일단 대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MF로 대피하는 법인 자금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MMF 설정 잔액은 199조1304억원으로 2조2223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5조1765억원 증가했고, 지난달 이후 약 한 달 반 동안 29조6284억원 불어났다.
법인 MMF 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법인 MMF 잔액은 16일 기준 184조4238억원으로 지난달 4일 154조6119억원에서 29조8119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 MMF 잔액은 1835억원 줄었다.
MMF는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만기가 짧게 남은 국고채 등에 투자한다. 언제든 입출금할 수 있어 단기 자금을 굴리는 용도로 활용한다. MMF 잔액 규모는 하반기 들어 160조원대까지 줄었지만,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자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말을 앞두고 변동성을 꺼리는 기관과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MMF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연말을 앞두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MF 잔액은 올 상반기에도 ‘역대급’으로 뛰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리스크 우려가 퍼지면서 2월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MMF 잔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파킹형 ETF 자금에도 뭉칫돈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단기물로 쏠리는 현상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단기채권형 등 파킹형 ETF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STAR 머니마켓액티브’에는 지난 한 달간 5745억원이 유입됐다. 이 상품은 3개월 이내 단기 채권 및 CP에 주로 투자한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기관들이 빠져나간 공모채 시장 대신 단기자금 시장을 찾고 있다. 이달 들어 CP 및 전자단기사채 순발행액은 9조5304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3조7582억원 순상환되던 기조에서 돌아섰다. SK온 효성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한 기업의 발행 수요가 늘어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MMF로 돈이 몰리는 ‘머니 무브’가 관측된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10일 발간한 ‘글로벌 자금흐름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MMF 유입 규모는 6월 50억달러에서 9월 655억달러로 확대됐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한 방어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MMF는 안정적인 이자수익이 보장되는 동시에 현금화도 수월해 견조한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