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수학 22번 문제’가 킬러 문항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 수능’을 지시한 후 킬러 문항 없는 수능을 기대했던 수험생들은 불만이 큰 듯하다. 그럴 만하다.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 기대로 n수생도 몰렸다. 전체 수험생 중 31.7%가 n수생일 정도다. 1997학년도 수능(32.5%) 후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 달랐다.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고난도 문항이 많은 ‘불수능’이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만만한 과목이 없었다는 게 수험생들의 공통된 평가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1등급 비중은 예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시험 난도에 비판은 다시 킬러 문항으로 향하고 있다. 고난도 문항이 결국 킬러 문항이었다는 것이다. EBS 강사가 해설에만 20분 걸린 수학 22번이 결국 킬러 문항 아니냐는 불만이다.
사실 킬러 문항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킬러 문항 대신 왜 고난도 문항이 출제됐느냐는 점이다. ‘변별력’ 때문이다. 변별력은 조금 거칠게 말하면 학생들을 명확하게 한 줄로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
이렇게 줄을 세워 높은 성적순으로 의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 대학에 가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여긴다. 수능 날이면 주식시장 개장이 미뤄지고, 비행기 이착륙까지 멈추는 것도 아이들의 인생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하에서 킬러 문항 논란을 없애는 건 불가능할지 모른다. 킬러 문항이 떠난 자리에 고난도 문항, 초고난도 문항 등 이름만 바뀐 변별력용 문항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교육계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킬러 문항 없는 수능이 아니라 새로운 인재 선발 제도다.
힌트는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다. 한 대학 총장은 “수능으로 뽑은 학생보다 수시로 온 학생이 성적, 학교생활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며 현행 대입제도 개편 필요성을 전했다. 수능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학교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다양한 조건을 본 학생들이 더 나았다는 설명이다.
‘불수능’ ‘물수능’ ‘킬러 문항’ 등 언제까지 시험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지켜봐야 할까. 이번 기회에 입시 방식을 새롭게 고민해봐야 한다. 새 논의는 대학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 선발하기 위한 방안을 위해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