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생태계에 진심인 위메이드…"블록체인 통합 플랫폼으로 게임 혁신"

입력 2023-11-17 16:14
수정 2023-11-17 16:23

“플랫폼은 콘텐츠보다 훨씬 더 많은 부가 가치를 만듭니다. 게임 재화가 게임뿐 아니라 밖에서도 쓰일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겠습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컨퍼런스 ‘G-CON 2023’의 기조연설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내년 1분기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인 ‘나이트크로우’의 블록체인 버전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를 게임 콘텐츠 기업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블록체인 게임마다 제각각인 경제 생태계를 이어줄 수 있는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묶어줄 플랫폼 내놓는다
위메이드는 지난 9월 제각각인 블록체인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프로젝트인 ‘우나기’를 공개했다. 위메이드가 이미 공급하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인 ‘위믹스 플레이’는 자체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쓰는 게임들을 연동시키기 위한 용도다. 우나기는 여러 암호화폐 게임들을 묶어주는 게 핵심이다. 우나기 계정인 우나 월렛을 이용하면 여러 블록체인에 있는 자산을 통합 관리 할 수 있다는 게 위메이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향후 플레이 월렛, 위믹스 월렛 등을 모두 우나 월렛으로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플랫폼에 공 들이는 이유는 이 플랫폼이 모바일 앱스토어의 뒤를 잇는 정보통신(IT) 업계 노른자가 될 것으로 봐서다. 장 대표는 “PC통신에서 초고속 인터넷으로,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플랫폼이 넓어지면서 게임 산업이 성장했다”며 “그 다음 혁신을 이끄는 건 블록체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사가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한 성공 사례도 제시했다. 장 대표는 “미국 밸브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슈팅 게임 개발사에서 게임 1만2000개를 공급하는 플랫폼 업체가 됐다”며 “(PC 게임 플랫폼이 그랬듯)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시장에서도 단 1개 업체가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메이드는 지난 4월 출시했던 나이트크로우에 우나기를 적용한 버전을 내년 1분기 전세계에 출시한다. 한국에선 게임 재화의 현금 환전을 막고 있어 이용할 수 없다. 이 회사가 2021년 내놨던 ‘미르4’의 블록체인 버전도 순항 중이다. 스팀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르4의 일일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만8687명이다. 전체 게임 중 21번째로 많다. 전세계 3번째로 많은 접속자 수(46만1892명)를 보유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외에는 국내 게임 중 적수가 없다.

‘우군’ 모으는 위믹스...장 대표 “상장 위해 노력”
위믹스 생태계도 느리지만 착실히 세를 불리고 있다. 17일 기준 위믹스 플레이에 탑재된 게임 수는 40여개다. 위메이드가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100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6일 장 대표는 “제가 100개 온보딩(탑재)에 대한 시간 흐름을 낙관했다”며 “일 자체가 지연되거나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일주일애 1~2개가 올라가고 있고 조금 더 있으면 3~5개씩 올라가면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인 로비 의혹으로 떨어졌던 위믹스 시세도 최근 급등했다. 가상화폐 분석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50분 기준 위믹스는 개당 1달러76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월 55센트에 불과했던 가격이 두 달만에 3배 이상 뛰었다. 지난 5월 정치권과 게임업계 일각에서 위메이드가 규제 완화를 노려 위믹스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떨어졌던 가격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하지만 이달 초 거래량 기준 국내 5위 규모 거래소인 고팍스가 위믹스 재상장을 결정하면서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위믹스는 지난해 말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인 닥사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가 된 상태다. 장 대표는 “거래소 상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침체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