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을 거론하자, 창당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실제로 신당을 창당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여야 중 어느 정당이 더 큰 타격을 받을지, 어떤 인사들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간다.
창당시 필요 자금을 '이준석 신당'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이러한 관심사 중에 하나다. '이준석 신당'이 몇 퍼센트의 지지율을 받을지에 앞서, '창당 자금'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창당을 하게 되면 얼마의 자금이 필요할까. 창당 필수 비용은 만만치 않다. 정당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비용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든다.
신당 창당은 크게 ▲창당준비위원회 설립 ▲최소 5개 이상의 시·도당 창당 ▲중앙당 창당 등록순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200명 이상이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해 명칭을 정하고 대표자를 선임한다. 이후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결성 신고를 한다.
가장 험난한 과정은 전국에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하는 두 번째 스텝이다. 현행법상 정당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해야 하는데, 각각 당원수 1000명 이상씩을 채워야 한다. '신생 정당'이 각 지역에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으는 게 까다로운 과정으로 꼽힌다. 준비를 마치면 관할 시·도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한다.
험난한 과정을 거친 마지막 단계가 바로 중앙당 창당 등록이다. 새 정당은 창당대회를 개최해야 하고, 대회 5일 전까지 일간지에 집회 개최를 광고로 홍보해야 한다. 창당 대회를 하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하면 드디어 정식 정당으로 등록하게 된다.
현재 정치권에서 '신당'을 외친 이들 중 실제 창당까지 마친 사람은 '한국의희망' 대표 양향자 의원이 유일하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지난 6월 26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한 뒤, 5개 시도당 창당을 거쳐 지난 8월 28일 창당을 마쳤다.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인 금태섭 전 의원은 창당준비위원회 설립 절차까지 마친 상태에서 창당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화하는 데 최소 1억원이 들어간다고 추산하고 있다. 단계별로 필요한 사무실 임대료, 행정 관련 비용, 인건비 등에 쓰이는 비용이다. 다만 이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금액으로 당원을 모집하고 당을 홍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과거 창당했던 정당들은 창당 비용으로 얼마를 썼을까. 지난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창당준비위원회 발족부터 당사 개소식까지 모두 13억원을 사용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 기반해 화폐가치 변동을 추산하면, 이는 현재 가치로 약 21억 4000만 원이다. 2002년 정몽준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통합21을 창당 자금으로 16억 2100만원을 썼다. 현재 화폐 가치로는 약 27억 7200만원이 든 셈이다.
다만 이처럼 '번듯한' 정당을 만드는 데는 실제로는 훨씬 많은 자금이 들어갔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국민통합21과 열린우리당은 모두 창당 이후 '불법 자금 유입'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들은 '불법 자금'을 동원해 수백억 원 수준의 자금을 창당 비용에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4년 안철수 의원이 참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비용으로 30억원 이상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철수 의원이 창당 당시 당사 운영비와 인건비 등 초기 비용을 개인 돈으로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안 의원은 2023년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재산(1347억원)을 가지고 있는 '특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20년 창당했던 새로운 보수당이 있다. 새로운 보수당은 2억~4억 사이의 자금을 창당 비용으로 쓴 것으로 책정됐는데, 유력 정치인이 다수 참여하면서 창당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외 다수의 신생 정당은 사비로 그때그때 창당 자금을 충당하면서 사실상 창당 자금을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창당을 주도하는 사람이 현역 의원이라면 후원금 일부를 창당 자금으로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비로 이를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창당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는 것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체 누가 이준석 신당에 몇억씩 들고 들어가겠냐'는 시각과 동시에 '창당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는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오는 12월 27일을 신당 창당의 분수령으로 제시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자금 문제로 창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창당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신당을 창당하려면 물론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가 실제 총선 전에 창당을 하라면 지금부터 시도당 창당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다는 움직임이 전혀 없어서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