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제가 만약 내일 어떤 일을 해서 그런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전권을 맡게 된다면 110석, 120석 할 자신 있다"며 선거 지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저는 선거 이기는 게 제 목표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지휘나 이런 것도 재미있어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일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 110~120석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진행자가 입장을 다시 확인하자 "그런 생각을 한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게 무슨 의미겠냐"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번 총선에 대해 "(패배하게 되면) 독이 든 성배 수준을 넘어서 선거(대통령선거·지방선거) 두 번을 승리로 이끌었던 당대표에게는 굉장한 모욕이 될 수 있다"며 "저는 지난 지방선거 12:6으로 역대 타이기록을 세웠는데도 공격이 세게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장 (윤석열) 대통령께서 저한테 직접 경기도지사 패배의 책임을 물으셨다. '경기도지사 후보 내가 냈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선거 2개 하면서 만신창이가 돼 나중에 얻은 칭호는 '승리의 원흉' 아닌가. 그런 구조하에서는 일할 마음이 안 난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비대위원장 등 역할을 맡으면 최대 120석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자신의 노고를 되레 깎아내리는 분위기에서는 선거를 이끌 이유가 없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의 이런 말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평소 이 전 대표에 대해 날을 세우는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준석 비대위원장? 꿈 깨"라며 "아침 먹다 뿜을 뻔했다. 이준석은 이미 몇 달 전에 끝났다"고 힐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