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능 광풍이 몰아닥치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은 마뜩잖으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너끈히 합격한 이들이 있다. 방황하느라 한참 뒤처졌다가 마음먹고 자신의 앞날을 개척한 흙수저도 얼마든지 있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쓴 김수영 작가를 보면 ‘꿈을 꾸고, 꿈을 향해 질주하면 길이 활짝 열린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2010년에 발간한 이 책은 3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2019년에 개정증보판을 냈으며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출간되었다. 힘든 길을 명쾌하게 헤쳐나간 김수영 작가의 삶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힘을 얻고 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다 반항기가 겹쳐 중학교 때 자퇴하고 가출했던 김수영 작가는 여수정보과학고 시절 KBS <도전! 골든벨>에서 50문제를 다 맞혀 일찌감치 이름이 알려졌다.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집중
고교 졸업과 동시에 인근 공단 사무직에 취업하는 게 정해진 수순이었으나 그녀는 기자의 꿈을 꾸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연세대학교 진학을 결심했다. 최고 학력이란 게 전문대 진학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3학년 때 유일한 위안이던 PC 통신도 끊고 삐삐도 해지하며 결심을 단단히 했다. SNS를 차단하고 휴대폰을 해지했다는 뜻이다.
혼자 열심히 공부했지만 5월이 되어도 330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굴하지 않고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해 두 달 만에 수학 점수를 크게 올렸다. 2학기 때는 시끄러운 교실을 피해 화장실이나 옥상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해 10월 모의고사 점수를 385점까지 올렸다.
꿈꾼 대로 연세대학교 인문대학에 진학했고, 온갖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해 대학을 다녔다. 졸업 후 글로벌 기업 골드만삭스에 합격해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초기 암이 발견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정신적 후유증이 컸다.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녀가 떠올린 건 행복이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 73가지’를 작성했다. ‘인생의 3분의 1은 한국에서 살았으니 다음 3분의 1은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자, 그리고 마지막 3분의 1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자’는 결심을 했다. 9개월 만에 세계 최일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2005년 영국으로 향했다.83개 꿈에 도전하다입학허가서를 받고도 망설였던 런던대에 진학해 중국경영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든 런던대든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마친 그녀는 2007년 세계 메이저 석유 회사인 로열더치셸 영국 본사에 입사해 연 800만 달러 매출을 책임지는 매니저로 일했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영국 회사에 다니는 틈틈이 세계 70개국을 돌며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발리우드 영화 출연하기’ 등 46가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출간 즉시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고 방송 출연 요청이 이어지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영국과 국내를 오가던 그녀는 2011년 회사를 그만두고 귀국해 많은 이에게 꿈을 쓰게 하는 ‘꿈쟁이’로 변신했다.
개정증보판에 꿈 목록이 83개로 늘어났고, 80개국에서 72개의 꿈을 이뤘거나 도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마지막 꿈 2개는 ‘장기기증’과 ‘전 재산 기증하기’로 사망 후에나 달성 가능하다.
그동안 8권의 책을 써서 하프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그녀는 수많은 강단과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김수영TV’로 꿈을 전파하고 있다. ‘꿈꾸는지구’를 설립해 ‘김수영스쿨’을 운영하며 다양한 콘텐츠도 생산 중이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대표 꿈쟁이’로 부르는 김수영 작가는 “꿈의 힘은 매우 강하다”라며 “지금 바로 꿈부터 쓰라”고 권한다. 그녀는 꿈을 쓰면서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원치 않는 것들이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렵다’ ‘실력이 없다’ ‘너무 늦었다’는 핑계 대신 꿈부터 써보는 건 어떨까.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변명하고 숨기보다 결심하고 발을 딛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