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가 진단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며 수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11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경기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는 평가 보다 긍정 기류가 강해진 것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확신은 아니고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분명히 지난달 보다는 경기 판단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이 조금 더 나타난 표현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같은 판단을 내린 주된 근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수출이 13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전년 동기 대비)했는데 이번달에도 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장은 "수출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플러스를 나타냈고, 현재까지는 11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를 나타내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선행지표로 볼 수 있난 반도체 현물가격의 경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도 미국 등의 고금리 영향으로 수요가 꺾일 것으로 우려했는데 현재까지는 자동차 수출도 견조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와 밀접한 중국의 경기부진도 예상보다 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과장은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확대되면서 중국 경기가 크게 꺾이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상당했지만, 현재 중국 경제의 실물지표가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도 국가개발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경기에 대한 부양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했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점도 우리 경제의 상방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2%)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이르고 여전히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 같긴 하지만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이 조금 제한적인 것으로 시장에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도 경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정보통신(IT) 업황 개선, 방한 관광객 증가 기대감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 전쟁·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