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세모녀 측 "선대회장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 리셋해야"

입력 2023-11-16 19:06
수정 2023-11-16 19:34
LG가(家) 세 모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 분쟁 소송에서 고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구 선대 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밝혀졌다. 세 모녀 측은 지금까지 "유언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지만, 앞서 상속 합의를 번복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는 이날 LG가 세 모녀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선 구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녹음된 녹취록이 공개됐다.

구 회장 측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게 녹취록을 토대로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 선대 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하 사장은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녹취록에는 구 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구 회장에게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피고 측은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원고 측이 3차에 걸쳐 이뤄진 상속 합의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아 소송을 제기했다"는 세 모녀 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녹취록을 통해 또 김 여사가 "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반면 세 모녀 측은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증인 신문을 마친 후 재판장은 양측에 상임조정위원 제도를 통한 조정을 제안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원고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 측은 "피고 입장에선 세간의 오해를 받는 것에 상당히 불편해한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상속 경영권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