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왕세손 윌리엄(현재 왕세자)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윌리엄은 당시 수색구조헬기를 조종하는 공군 대위였다. 하지만 결혼 예복은 연미복도, 공군 정복도 아니었다. 진홍색 상의, 검은색 하의로 된 ‘아이리시 가드’ 보병연대의 예복이었다. 이 연대의 명예대령으로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 중이던 부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군복(제복)을 명예롭게 여기는 영국 왕실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군인, 경찰, 소방관, 판사, 교도관 등 공무원부터 의사, 간호사, 호텔리어, 경비원 등 민간인까지 다양한 사람이 제복을 입는다. 소속감과 일체감, 책임감과 품격, 권위 등을 살려주는 제복의 힘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복을 입은 공무원의 역할과 위상은 특별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헌신해서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들을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은 역사가 있다. 군·경찰의 비리와 부패, 권력의 시녀화가 한몫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경찰에 물리력으로 저항하는 시위대, 치안센터나 구급차 안에서 행패 부리는 취객은 사라져야 한다.
최근 들어 제복의 권위와 명예를 존중하고 예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구순의 6·25 참전용사들에게 4년째 매주 돼지갈비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식당 주인, 경남 사천의 한 횟집에서 군 장병들의 음식값을 대신 치른 50대 남성, 안양의 한 고깃집에서 “내 동생도 현역 군인”이라며 휴가 나온 군인의 고깃값을 내준 20대 청년, 서울의 카페에서 육군 장병이 주문한 음료 컵에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써준 아르바이트생….
미국에 진출한 외식 프랜차이즈 그룹 제너시스BBQ가 ‘경찰관 할인 제도’로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매장 출입이 늘면서 범죄가 줄고 한인타운 상점들의 매출도 늘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SPC, 영원무역 등이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공무원 대상의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제복에 대한 예우가 높은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상호 배려와 존중심도 강해진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