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직구 싹쓸이' 알리바바, 국내 기업까지 노린다

입력 2023-11-15 18:28
수정 2023-11-23 15:53
초저가 제품과 무료 배송을 앞세워 한국 내 해외 직구(직접 구매) 수요를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e커머스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최근 다수 e커머스 기업의 투자사와 접촉해 지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e커머스 시장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이는 가운데 국내 업체까지 인수하면 한국 유통 시장의 판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리바바 “e커머스 시장 재편 기회”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인수합병(M&A) 담당자들은 최근 몇 달간 한국에 머무르며 주요 e커머스 기업의 투자사 관계자와 접촉했다. 이들은 회사 매각 가능성과 투자 유치 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곳은 SK그룹 계열 오픈마켓인 11번가였다. 싱가포르 e커머스 기업 큐텐이 11번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지난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알리바바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 내부에서 ‘중국 기업에 자금이 유출된다’는 부정 여론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 알리바바와의 협상은 중단됐다.

알리바바는 11번가 인수 무산 이후 다른 e커머스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티몬, W컨셉, 에이블리 등을 후보군으로 삼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e커머스 기업은 모두 인수를 검토했다고 보면 된다”며 “알리바바의 한국 기업 인수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고 했다.

e커머스업계에선 알리바바가 국내 업체 인수를 통해 한국 e커머스 시장 재편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성장률은 높지만 미국, 중국 등과 달리 최대 승부처로 여겨지는 ‘시장점유율 30%’ 고지를 선점한 업체가 없다.

업체 수가 많고 출혈 경쟁이 심해 경영난에 처한 곳도 다수다. 컬리, 티몬, SSG닷컴, 야놀자 등은 누적된 적자로 결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컬리, SSG닷컴 등은 당초 계획한 기업공개(IPO)를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는 지금을 국내 업체 인수의 최적기로 본다”고 말했다. ○무섭게 성장하는 알리익스프레스2018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서비스 알리는 지난 3월 영화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내세우고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한국 시장 공략을 서둘렀다. 해외 직구의 가장 큰 단점인 배송비와 배송 기한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수백만 개의 상품에 대해 5일 내 배송을 보장하고 1000원짜리도 공짜로 배송해주는 등의 전략으로 빠르게 회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엔 1세대 e커머스인 G마켓을 누르고 e커머스 시장점유율 톱3 자리에 올랐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13만3758명으로 쿠팡(2846만9590명), 11번가(816만3065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테무도 지난달 MAU가 265만6644명으로 집계를 시작한 8월 대비 다섯 배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국내 해외 직구 시장에서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처음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M&A로 세를 불리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격변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며 “아직 독보적 지위를 얻지 못한 쿠팡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은/하헌형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