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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진)가 미국 반도체주 약세에 베팅했다. 지난 분기 뉴욕증시가 고전할 가능성에 투자해 이득을 본 버리가 이번에도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공시에 따르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는 지난 9월 말 기준 반도체 종목에 투자하는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티커 SOXX) 10만 주에 대한 풋옵션을 매수했다. 이 ETF는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는 상품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36% 상승했다.
풋옵션은 투자자가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향후 되팔 수 있는 권리로, 주로 하락 가능성에 베팅할 때 사용된다. 버리가 반도체 기업 주가가 고점을 찍고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다는 의미다. 이번 공시에서 풋옵션의 만기일과 행사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마켓워치는 “사이언애셋의 풋옵션 매수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반도체이기 때문에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주가 올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뉴욕증시를 끌어올린 주역이기 때문이다. AI 붐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과 더불어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며 미국 주요 기술주로 꼽힌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2.13% 오른 496.5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247% 뛰었다.
사이언애셋은 지난 2분기 공시에서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 신탁’(SPY)과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시리즈1’(QQQ)의 풋옵션을 200만 주씩 사들였다. 이를 3분기에 청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상승세를 거듭한 뉴욕증시가 8월부터 지난달까지 연속 하락하면서 사이언애셋은 큰 이득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 시장의 버블이 붕괴될 것을 예측했고 이에 투자했다. 이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해 버리는 거액을 벌어들이며 명성을 얻었다. 사이언애셋은 3분기에 부킹홀딩스 풋옵션을 2500주 사들였다. 미국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넥스타미디어그룹, 그리스 벌크선사 스타벌크캐리어스 등은 추가 매수했다. 교도소 기업 지오그룹, 시그넷주얼러스, 시그나그룹, 뉴욕커뮤니티뱅코프 등은 전량 처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