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겨냥해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를 놓고 당내 주류와 혁신위 간 기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정치권에선 혁신위가 활동 조기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의원이 반응하지 않자 혁신위가 압박 강도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혁신위가 구체적인 불출마·험지 출마 대상 명단을 만들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혁신위는 이런 관측에 선을 그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조기 해체는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혁신위원도 전날 입장문에서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간 것은 사실”이라며 “13일 시점에 혁신위 활동을 조기 종료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바도 없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혁신위가 당 지도부를 겨냥해 우회적으로 ‘압박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실제로 혁신위가 조기 해체되면 가장 난처한 건 김 대표”라며 “활동 기간을 한 달가량 남긴 시점에 해체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경고성”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100% 확신한다. (중진·친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불출마·험지 출마를 압박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총선기획단에서 내년 총선의 공천 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총선에선 총선기획단은 공천 실무를 담당했고, 공천 규칙은 주로 공천관리위원회가 마련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공관위가 공천 룰까지 만들면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총선기획단이 사실상 ‘공관위 1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규칙에 따라 예비 출마자 간 희비가 엇갈리는 만큼 정치권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 비율로 경선을 치른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