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중략) 한 100년 살고 싶어.” 어느 노래 가사처럼 멋진 풍경이 펼쳐진 펜션에서 100세까지 품위 있게 사는 모습을 상상한다.
펜션이라는 말은 연금 또는 하숙(집)이라는 뜻으로 유럽에서 연금을 받고 퇴직한 고령층이 여러 객실을 갖춘 목조주택을 짓고, 여행객에게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100세까지 자연과 더불어 편안하고 여유 있는 여생을 준비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희망일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의학 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뉴밀레니엄의 시작인 2000년에는 979명에 불과했지만, 2027년 1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도 2025년 그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1년 39.3%로 10명 중 4명이 빈곤선 아래 위치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며, 노인빈곤율도 가장 높다. 장수가 과거에는 축복이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고민과 사회의 문제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시기에 의미 있는 통계가 개발됐다. 통계청은 지난달 26일 모든 공·사적 연금을 포괄한 연금통계를 처음으로 공표했다. 연금통계는 통계등록부를 중심으로 기초연금 국민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연금 데이터를 연계해 작성했다. 1960년 공무원연금, 1988년 국민연금 등이 도입된 후 처음으로 현 노인 세대의 연금 수급 현황뿐 아니라, 미래 노후소득을 준비하는 청장년 세대의 연금 가입 현황을 국가통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금통계 조사 결과, 2021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90.1%가 1개 이상의 연금을 받고 있고, 월평균 수급액은 60만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노후생활에 충분한 금액인가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하더라도, 연금 수급자와 수급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노후의 주된 소득인 연금이 우리 사회에 점차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금통계 개발을 통해 우리 사회의 100년 준비를 점검해 볼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연금통계는 다층 노후소득 보장과 관련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각 제도의 적정 역할과 목표를 모색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더불어 이번 통계 개발을 계기로 산재한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발굴·융합해 노인 빈곤 등 여러 사회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사례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