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업시장의 화두로 뜬 탕후루 매장이 기온 하강에 발맞춰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하루 최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시작되자 유동 인구가 대폭 줄어들었고, 여기에 붕어빵, 호떡 등 대체 간식들이 대거 등장한 게 직격탄을 날렸다.
14일 국내 최대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 왕가탕후루에 따르면 이 회사 가맹점의 10~11월(11월은 7일까지) 매출은 4~5월과 비교해 점포에 따라 10~25% 감소했다. 프랜차이즈 소속이 아닌 일반 자영업자들도 매출 타격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 홍대에서 탕후루 가게를 운영 중인 양모씨는 “날이 추워지면서 10~11월 매출이 9월과 비교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9월에는 주말 하루에만 주문 건수가 300건이 넘었는데 지금은 약 150건 수준”이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탕후루 가게를 창업하려는 문의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한 달 매출이 6000만~7000만원에 권리금이 5000만원인 탕후루 매장이 급매로 나와 이어받아 장사할 원매자를 구하는데 수요가 전혀 없다”며 “상반기에 우후죽순으로 탕후루 가게가 생기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왕가탕후루 가맹점 수는 작년 말 43개에서 이달 초 500개까지 늘었다.
탕후루는 아이스크림처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간식이다. 폭염, 폭우, 한파가 닥치면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진다. 겨울철은 디저트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겨울에 유독 잘 팔리는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등 ‘전통 강호’가 등장해 이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마포의 탕후루 전문점 대복희 관계자는 “인근 탕후루 가게 사장 중에서는 붕어빵이나 어묵 판매를 병행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적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왕가탕후루 본사는 당 함량 조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왕가탕후루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함께 0㎉ 감미료를 활용한 탕후루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의 매출 감소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하는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은 유독 인기 디저트가 빨리 바뀌는 나라로 손꼽힌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지라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디저트 지위까지 오른 메뉴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팀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 디저트가 유행하고 다양한 변종 메뉴가 나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음식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취미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측면에선 주재료인 딸기 가격 상승세가 골칫거리다. 이상기후, 인건비 급등 등의 요인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꾸준히 상승 궤적을 그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1월 딸기 도매가격을 5만2000원(2㎏)으로 예상하며 전년(5만300원) 동월 대비 3.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된 여름철 이상기후로 딸기 정식(밭에 모종을 심는 것) 시기가 한 달가량 늦춰진 영향이다.
한경제/한명현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