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세운지구 고밀복합개발은 도시의 무형 자산을 시민에게 내어주는 개념이다.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파크처럼 ‘도심 숲속 공원’을 품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신혜수 디블록자산운용 대표(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한 디벨로퍼(개발업체)가 도심 한복판을 콤팩트시티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은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도 사례가 드물다”며 “세운지구를 정보기술(IT)과 그린인프라가 접목된 친환경 복합개발지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운지구는 종로구 종묘에서 퇴계로 일대 약 43만㎡ 부지다. 디블록그룹(옛 한호그룹)이 지구 내 절반 이상을 매입해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보전전략으로 10년간 개발이 정체됐지만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재취임한 이후 ‘녹지생태도심전략’을 채택해 개발이 정상화되고 있다.
신 대표는 “단기간에 개발이익을 낼 수 있는 아파트 사업과 달리 서울도심복합개발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규제 때문에 오랜 시간과 비용,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디블록은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신념으로 20년 넘게 세운지구 개발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세운지구는 고밀개발을 통해 축구장(7140㎡) 20개를 합친 규모에 달하는 약 14만㎡의 녹지가 조성된다.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도 만들어진다.
신 대표는 “건물 한두 동이 아니라 콤팩트시티 규모로 개발하기 때문에 조경 공간을 연결해 공원화하는 게 가능하다”며 “도심 공원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건축물이 올라서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건축물 내외부 간 조경의 경계가 사라지고 그동안 입주자의 전유물이었던 건물 로비가 시민의 녹지공간으로 개방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도심 개발이 너무 오랫동안 정체되면서 도시 경쟁력은 물론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도쿄 싱가포르 런던 등이 도시 경쟁력 강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의 도시 경쟁력 순위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서울 도심 녹지 보급률은 3.7%로 런던(16%)과 뉴욕(27%) 등에 크게 뒤진다. 그는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 같아서 건축물도 사람의 달라진 소비 패턴, 라이프 스타일, 근무 환경 변화 등에 맞는 공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국내 1세대 디벨로퍼인 신종전 디블록그룹 회장의 자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세운지구 내 청계천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10년간 그룹 안팎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 실무를 두루 거친 뒤 지난해 디블록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그는 “몇백조 단위의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투자사가 세운지구에 관심을 갖고 있어 투자 논의를 검토 중”이라며 “서울의 중심축을 만들고 스카이라인을 바꾼다는 책임감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디블록은 을지트윈타워(2019년4월 준공) 등 일부 사업지는 개발을 완료했다. 3구역과 6구역 일대에는 약 6조 투자해 지상 32~41층 규모의 프라임급 오피스 5개동(조감도)을 통합개발 할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