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상)이 내년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진 및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결정해달라’는 당 혁신위원회의 요 구를 거부한 것으로,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에 이어 두 번째다.
정치권에 따르면 장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지지 모임인 여원산악회 행사에 참석해 “그동안 우리 사상구민의 사랑을 받고 3선이 됐다”며 “지금까지 지역에서 저를 성장시켜주셨기 때문에 지역과 함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 계획돼 있는 사업들을 설명하면서 “부산 사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도 했다.
주 의원도 8일 지역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지지자들에게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마라. 서울에 안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의원은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며 주 의원은 영남 중진(5선)으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실명을 거론하며 결단을 요구한 바 있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당에서 지역구 교체를 요구할 경우 무소속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가 ‘희생’을 요구한 주요 인사 중에서는 김기현 대표 정도만 수도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혁신위 1호 안건인 ‘통합’을 내걸고 단행한 징계 철회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발에 부딪힌 데 이어 2호 안건인 ‘희생’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인 위원장은 보다 강한 어조로 결단을 압박했다. 그는 1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안에)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냥 우유를 마실래, 매 맞고 우유를 마실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장 의원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수도권 험지로 와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 이야기다. 능력과 힘이 있으면 힘을 보태라는 뜻”이라며 “그분도 잘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