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13일 오후 4시 25분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의 코스닥 기업공개(IPO)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상장한 파두가 3분기뿐 아니라 2분기 실적도 ‘제로’에 가까웠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파두는 상장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파두의 2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8% 급감한 5900만원에 불과했다. 3분기 매출(3억2100만원)보다도 적다. 파두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6월 말 제출했던 증권신고서에 1분기 실적만 담았다. 이후 7월 13일 한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을 거친 뒤 8월 7일 코스닥시장에 데뷔했다. 파두의 몸값은 1분기 매출 상승률을 기반으로 미래 순이익을 추정한 상장 주관사의 분석을 토대로 1조5000억원에 책정됐다.
파두가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6월 말 2분기 실적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설명회(IR) 등을 개최한 7월에는 2분기 매출 급감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파두는 IR 과정에서 매출 급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코스닥에 상장한 지 석 달이 지나서야 3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2분기와 3분기 실적을 뒤늦게 같이 공개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신 정보를 알 수 없는 셈이다. 8월 미국 나스닥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ARM이 1~2분기 실적을 공시한 것과 상반된다. 한 IPO 담당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바로 상장이 진행되는 나스닥과 달리 한국에선 상장 절차가 복잡해 정보의 시차가 발생한 것”이라며 “파두와 같이 상장 직전 극단적으로 분기 실적을 내놓은 건 매우 드문 사례”라고 했다.
파두는 시장 우려가 커지자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상장 과정에서 그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파두는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한 게 2~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줬다”며 “4분기에는 기존 고객들의 발주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