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마지막으로 남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서 일하다가 최근 그만두게 된 40대 여성이 세상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단법인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완월동에서 일하던 40대 여성 A씨가 직접 쓴 손 편지를 13일 공개했다. 20년 이상 성매매 업소에서 근무한 A씨는 "저는 국민학교 졸업장도 없다"라고 운을 뗐다.
A씨는 "공장에서 친구를 만나 다방을 다니게 됐는데, 다방에서 일을 하며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티켓다방(성매매를 알선하는 다방) 주인이 소개소로 보냈는데, 소개에서 부산 완월동이라는 곳을 가라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당시 저는 21살이었다.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며 "빚을 갚으려 해도 갚아지지 않았다. 하숙비만 207만원이었다. 빚에 치여서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외출은 꿈도 못 꾸었고, 당시 목욕탕에도, 시내 나가는 것도 일하는 이모들이 지키고 있었다"며 "동네 안에서만 돌고 돌았다.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당뇨로 합병증이 온몸에 다 왔다. 아버지도 3년 전에 돌아가셔서 저는 돌아갈 곳이 없다"며 "업주가 나가라 했는데 몸이 많이 안 좋고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집을 구할 수도 없다. 도움이 절실하다"며 글을 맺었다.
A씨가 창살 없는 감옥이라 표현했던 완월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졌다. 현재의 서구 충무·초장동 지역을 의미한다. 이곳은 일제강점기부터 유곽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시행 이후 꾸준히 존폐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재 20여개 성매매 업소에 60여명의 여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근 이 완월동 일대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재개발 계획이 승인되자 부산시는 성매매 여성의 자립·자활을 돕는 명목으로 내년 예산안에 3억52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 지원을 놓고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최도석 부산시의원은 "고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건전한 여성들이나 지갑을 털어 세금 내는 시민들이 볼 때 강요에 의한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약 80%가 자유의사로 출퇴근한다는 불법 성매매 여성들까지 여성 약자로 포장해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는 "완월동에서 빠져나온 이 여성들을 위한 기본적인 주거,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러 단체에서 완월동에서 구조된 여성들을 위한 직업훈련, 의료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