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08: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1위 전략컨설팅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가 끝모를 컨설팅 업황 불황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2000명 이상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사무소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사무소는 기존의 전략컨설팅 업무를 수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용절감 컨설팅 늘리는 맥킨지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맥킨지 서울사무소 내에선 올해 상반기부터 직간접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오피스 등 지원 업무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사업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기업의 경영 전략을 돕는 전략컨설턴트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고객들의 비용 절감, 디지털 전환 업무 등을 돕는 오퍼레이션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RTS(Recovery and Transformation Services)로 불리는 비용절감 컨설팅이 대표적이다. 착수금과 계약금을 최소한으로 받는 대신 프로젝트가 성공해 감축한 비용의 일정 퍼센트를 컨설팅사가 가져가는 '성공 보수'로 계약이 진행된다.
현재 맥킨지 서울사무소 내 컨설턴트 중 30~40%는 전략이 아닌 비용절감 오퍼레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및 IT 전문가들으로 구성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컨설턴트들과 채용 과정과 전문분야도 전혀 다른 분야다. 2022년 부임한 송승헌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주도로 오퍼레이션 기능을 확대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맥킨지 관계자는 "전략과 오퍼레이션을 나눠서 보는 건 예전에 있었던 프레임"이라며 "지금은 산업 현실이 다변화하면서 인공지능, 디지털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인앤드컴퍼니와 BCG 등 경쟁사들도 맥킨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전략기능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려 불황을 벗어나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부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맥킨지가 가진 전략컨설팅사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잃는 데다 업무 수행능력도 점차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맥킨지가 주력으로 삼아온 오퍼레이션 업무는 대부분 회계법인 내 컨설팅 사업부문에서 담당하던 업무로 꼽혀왔다.
한 맥킨지 출신 관계자는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1년에 2~3명만 뽑는 엘리트 컨설턴트 집단이란 이미지는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며 "오퍼레이션 업무는 전략컨설팅처럼 각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하이레벨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업무라기보단 '숫자'를 챙기는 데 가깝기 때문에 많은 전략부문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베인·BCG 인력감축 경쟁 불붙나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데다 고금리 등 대외 변수가 겹치며 컨설팅업계의 보릿고개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업계의 주 수입원이던 M&A 실사 업무도 불황을 겪고 있다. 한 전략컨설팅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1순위는 컨설팅부터 줄이는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M&A도 실종되면서 관련프로젝트도 대거 감소한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에 이어 지난해까지 컨설턴트 수를 대폭 늘린 베인 BCG 등 전략컨설팅사도 연쇄 후유증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 사들이 인원 확보 경쟁을 치열히 벌여왔던 지난해 분위기와는 180도 바뀌었다.
한 맥킨지 출신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80명에서 100명 사이였던 맥킨지 컨설턴트가 200명 이상으로 늘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한꺼번에 뽑았던 인력들의 퀄리티가 담보되지 못한 문제"라며 "이제 누가 더 잡음없이 슬림화하는 지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 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