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올라도 못 떠납니다"…신림동 청년의 눈물 [현장+]

입력 2023-11-15 06:30
수정 2023-11-15 08:53

"소형 아파트 전세로 당연히 가고 싶죠. 그런데 전셋값이 너무 올라 갈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빌라라도 살아야 하는데 이젠 월세마저 오르고 있다니까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월세 거주자 A씨)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 전세 수요가 줄었지만, 청년층은 빌라촌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니 매물이 없는데다, 전셋값까지 오르면서 주거비용이 크게 올라서다. 결국 빌라에서 상승한 월세비를 감당하는 선택지만 남은 상태다.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신림동 원룸 빌라에 월세로 거주 중인 A씨도 이러한 경우다. A씨는 3년 전부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방에 살고 있다. 내년 3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을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모아놓은 돈에 전세자금대출해서 작은 아파트라도 들어가고 싶었다"며 "3년 전에 금리가 이렇게까지 오르고 물건이 없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한숨을 지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전세 사기 누적 피해 사례는 1만543건이었다. 이 중 대다수가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매물에 집중됐다. 때문에 임차인들의 전세 기피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에서 빌라들이 밀집한 대표적인 지역인 신림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만 16년차라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 전세는 매물이 없다지만, 빌라 전세는 매물이 있어도 찾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며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보증부월세)나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빌라 매물 중에 20~30%가 원룸·투룸이던 게 최근에는 10%가량으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차인들은 동네에서 '뺑뺑이'를 도는 게 일쑤라는 설명이다. 빌라에서 살다가 상대적으로 전세 사기에 더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소형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지만, 높아진 전셋값에 다시 빌라를 구하는 식이다. 특히 청년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빌라 월세로 내몰린다는 것. 전세가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다보니 부담은 더 커졌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실제로 신림동 인근에 있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37㎡, 7층)는 지난해 11월 2억5000만원이었던 매물이 올해 9월 2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같은 지역에서 지난 1월 1억7600만원에 거래됐던 또 다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44㎡, 6층) 매물은 지난 10월, 2억1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보증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지난 7월 46만원(전용면적 17.1㎡)이었던 신림동 빌라 원룸의 월세는 9월들어 53만원으로 올랐다. 오피스텔 원룸 월세도 지난 4월 71만원(전용 27.65㎡)에서 이달 78만원으로 상승했다.

신림동의 B공인중개사는 "기존 전세 세입자도 월세 매물을 찾는 상황이라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며 "위치나 연식에 따라 원룸 월세는 천차만별이지만 올해 들어 전체적으로 10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세계약은 뚜렷하게 줄고 있다. 지난해 4월 8718건에 달했던 전세계약은 올해 1월 5082건까지 떨어졌고, 9월 5328건, 10월(15일 기준) 5047건 등으로 5000건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반전세를 포함하는 월세 거래는 늘었다. 지난해 9월 4028건이었던 임대차 계약건수는 올해 9월 4348건으로 7.6% 증가했다. 월세계약이 몰리는 2월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2월에는 6028건으로 작년(5531건) 보다 8.98% 늘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