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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경 긱스(Geeks)는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의 해외 벤처캐피털(VC)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버텍스US, 안데르센호로비츠(a16z), 글로벌브레인, 퍅샤캐피털 그리고 SOSV입니다. 갈라파고스 같던 한국 벤처 시장에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활발한 시드 투자사로 활약하고 있는 SOSV의 윌리엄 바오 빈 제너럴파트너로부터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회복하고 있지만 더 나쁜 소식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SOSV의 윌리엄 바오 빈 제너럴파트너는 지난 10일 국내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3’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VC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파산 소식은 향후 1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 파산은 올해 말 최고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설립된 SOSV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투자사로 운용자산(AUM) 규모가 15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SOSV는 섹터별로 인터넷·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오르빗스타트업(Orbit startup), 하드웨어 딥테크 분야의 핵스(Hax), 바이오에 특화한 인디바이오(Indiebio)로 구성된다.
세계 10곳의 거점에서 해마다 5000여 개의 세계 스타트업을 검토하며 그중 130개 정도에 투자한다. 피치북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시드 단계 투자사 3위에 올랐다. 주요 투자 분야는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푸드테크, 기후, 리테일테크, 컨슈머다.
오르빗스타트업의 매니징디렉터를 겸하고 있는 빈 파트너는 20년 넘게 중국과 인도에 투자해 온 신흥국 전문가다. 그는 “중국과 인도는 전통 산업을 디지털화하면서 7억5000만 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이 파괴됐다”며 “중국이 걸어온 길을 다른 신흥국이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기술력으로 식량, 물 공급망, 물류, 에너지 등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신흥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과학자들이 더 많이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르빗스타트업은 2015년 이후 매년 한두 개 K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태피툰(Tappytoon), 프리디(FreeD), 데이터리퍼블릭, 메이저맵(Major Map), 비트홀라(bitHolla), 베가엑스(VegaX), 스타일셀러(Style Seller)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다.
빈 파트너가 꼽은 가장 중요한 투자 테마는 ‘경제적 자립’이다. 그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전쟁이 훨씬 덜 일어날 것”이라며 “구멍가게 사장님,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미래 주요한 노동자인 크리에이터들이 기술을 활용해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내년 벤처투자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벤처 시장은 이미 회복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1년간 더 나쁜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VC가 지원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죽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말쯤이면 스타트업 파산 수가 정점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은 회복되고 있는데 더 안 좋은 소식이 있는 거죠.
Q. 무엇을 기준으로 스타트업 지원 여부를 결정하나요?
우리는 긍정적인 단위 경제성(positive unit economics)에 매우 집중합니다. 1달러를 지출하면 1달러 이상이 돌아오는 것이죠. 이런 접근법은 2019~2021년까지만 해도 인기가 없었죠. 대신 블리츠스케일링(Blitz scaling)이 한동안 인기였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처럼 많은 돈을 쓰고 정말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을 장악하지만, 수익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죠.
저는 27년 동안 기술주 투자를 해왔어요.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죠. 요즘처럼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우리 포트폴리오사가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손익분기점에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달에도 우리가 투자한 e커머스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습니다. 보통 중국 e커머스를 생각하면 수년이 걸리는 일이죠.
우리는 시드 또는 프리시드 단계 투자사입니다. 프리 시드는 아직 상품이 없는 단계고 시드 단계는 약간의 수익과 상품이 있겠죠. 우리는 적은 돈으로 낮은 가치에 투자합니다. 투자 이후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우리 펀드는 10년 플러스 3년 만기로 장기 투자합니다. 페이스북은 엑시트까지 12년이 걸렸죠. 최고의 기업들은 가장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Q.SOSV의 총괄 파트너이면서 오르빗스타트업의 매니징디렉터인데요. SOSV 조직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SOSV는 글로벌 VC입니다. 보통 지역별로 다른 팀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분야별로 나뉩니다. 인터넷·소프트웨어는 오르빗스타트업(Orbit startup), 하드웨어 딥테크는 핵스(Hax), 바이오테크는 인디바이오(Indiebio)가 맡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디랩은 주식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예 SOSV에서 분사했습니다. SOSV 전체적으로 130명 정도 되는데 그중 오르빗스타트업이 40명 정도입니다.
각 팀은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오르빗스타트업은 영업 마케팅, 고객 확보, 국경 간 확장을 돕죠. 예를 들어 핵스가 알약을 넣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려주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했다면, 오르빗스타트업은 이를 바탕으로 약국 체인과 연계해 디지털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고 약을 판매하는 것까지 돕는 식이죠.
SOSV 전체적으로 보통 1년에 5000개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그중 120~130개 회사에 투자합니다. 오르빗스타트업은 1년에 45개 정도 회사에 투자하고요. 우리가 가장 큰 팀이죠.
Q. 중국 투자는 더 이상 안 하나요?
2018년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까지 뛰어들면서 시장이 매우 경쟁적으로 됐고,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점점 높아지면서 투자금도 많이 필요해지면서 투자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있던 차이니즈 액셀러레이터, 목스(MOX) 팀을 오르빗스타트업이라는 브랜드로 변경했습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 중국에 팔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워낙 큰 시장이니깐요.
Q. 중국·인도 등 신흥국 투자 전문가인데요. 한국 스타트업은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 기업에 2018년까지 20년 동안, 인도에는 약 15년 동안 투자해 왔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전통 산업을 디지털화하면서 7억5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했고 건강도 해쳤습니다. 중국 강의 95%가 오염돼 있고 중국 남성 셋 중 하나는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인도인의 40%는 고혈압과 당뇨 같은 생활습관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라틴 등 나머지 신흥국에서 중국이 겪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됩니다. 우리는 중국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환경이나 건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기술로 경제혁명을 이끌 수 있을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에는 신흥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량, 물 공급망, 물류, 에너지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할 기술 말이죠. 한국 기업이 미국으로 확장하기를 원한다면, 미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Q. 한국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실제 신흥국 문제를 풀고 있는 사례가 있나요?
경제적 자립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세상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멍가게와 중소기업을 돕고 있고, 크리에이터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수에서 틱톡커까지 그들의 생계를 돕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 일을 해내고 있는 게 우리가 2015년 투자한 태피툰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죠. 태피툰은 전 세계 웹툰 작가들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의 미래는 창고 노동자나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태피툰은 미디어 수익화를 돕기 위한 기술을 도입하며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10대 VCN(가상클라우드네트워크) 미디어가 됐습니다.
Q. 중국이나 인도와 비교해 한국 벤처 시장과 스타트업의 약점은 없습니까?
한국의 기술력은 훌륭하지만, 판매력이 상당히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피칭(pitching) 말입니다. 한국의 영업 방식은 동남아나 미국과도 크게 다른데요. 딱딱한 과학자나 교수 같은 사람이 설명하는 방식은 해외 VC를 설득하는데 최선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스타트업의 제품을 새로운 청중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 다른 도전은 한국 창업가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물이 위험해 보여 뛰어들고 싶지 않은 사람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실제 물에 뛰어들면 수영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죠. 우리가 하는 일은, 그들이 물에 쉽게 들어가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코치나 트레이너처럼 말이죠. 우리는 계속 투자하면서 기업이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Q. 한국벤처투자의 글로벌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어떤 기업에 투자할 계획인가요?
SOSV 5 펀드 모금을 진행 중인데요. 아마 3억달러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모금 상황은 괜찮습니다. 한국벤처투자는 SOSV5 펀드에 1000만달러를 출자하는 것이고요.
우리는 2015년부터 매년 한 두 곳의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크게 세 가지 분야를 보고 있는데요. 핵스는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회사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새로운 소재, 로봇 회사들이 많이 있죠.
우리는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선 펀드에서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중 AI를 활용해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전공을 선택하고 진로를 설계할지 돕는 '메이저맵'에도 투자했습니다. 이미 한국 고등학생의 절반 이상과 선생님들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입시를 치르기 때문에, 충분히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프리디가 있는데요. AI를 활용해 콘텐츠 중심으로 전자상거래를 하고 회사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중 본사를 갖고 있는데 공동 설립자 3명 중 한명이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110명의 팀원은 서울에 있고요. 우리는 동남아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을 도왔고 지난해부터는 중동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우리는 프리디처럼 처음부터 세계적인 야망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많은 대학이 있습니다. 핵스, 인디바이오뿐만 아니라 오르빗스타트업도 학계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출신이 설립한 데이터리퍼블릭의 경우, 우리가 2021년 초 투자한 이후 미국 뉴욕에 AI 트레이딩 시스템 출시를 도왔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한국 과학자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학교는 매우 체계적이지만 창업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늘 존재하죠. 우리는 과학자들이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구조와 틀을 만들어 줍니다.
Q.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어떤 기술에 주목하고 있나요?
우리는 기술 주도의 세 가지 주요 트렌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제적 자립, 환경, 건강이죠. 그중 경제적 자립이 가장 중요한 투자 동인입니다. 어떻게 하면 삶을 더 좋게 만들고,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전쟁이 훨씬 덜 일어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중국에서 본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을 해치는 것 말입니다. 전통 사업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생산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입을 못을 만들기에 충분한 옷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석유에서 폴리에스테르를 뽑아낼 필요가 없습니다. 여전히 식량이 부족한 지역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식량의 1.5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활용하면 식량 생산·운송·분배·소비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