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근 시장 둔화에도 사전 계획한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은 1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 후 기자들과 만나 "비용 절감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완성차 업체인 미국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장 설립을 연기하는 것과 달리 기존에 계획한 투자를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포드는 지난달 당초 계획한 전기차 투자액 500억달러(약 66조원) 가운데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를 삭감했고 SK온과 설립을 추진 중인 미국 켄터키주 배터리 합작2공장 가동 계획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GM은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 자체를 폐기했다.
배터리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포드와 체결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을 최근 철회했다. 포드 맞춤형 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직접 배터리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속도조절'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회장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선대회장님의 '하면 된다'는 생각, 근면한 정신을 중심으로 함께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며 "저 뿐만 아니고 모든 임직원이 같이 느끼는 생각"이라 말했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이다. 54만8000㎡(약 16만6000평) 부지에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조3000억원이 신규 투자되며 올 4분기부터 본격 건설에 착수해 오는 2026년 1분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울산=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