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을 앞두고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할인행사가 한창인 가운데 100만원 훌쩍 넘는 로봇청소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많은 30대 밀레니얼세대가 집안일 부담을 줄여주는 이른바 '이모님 가전'이라 불리는 로봇청소기에 적극 지갑을 열면서다.
13일 이커머스 11번가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에서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연중 최대 할인 행사 '그랜드 십일절' 기간 가장 많은 매출(거래액)을 기록한 제품은 로봇청소기였다.
특히 중국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는 단일 상품 기준 누적 거래액이 141억원에 달했다. 행사 첫날에만 87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11번가는 "S8 프로 울트라는 역대 그랜드 십일절 기간 가장 많이 판매된 메가 히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앞서 지난 6월 홈쇼핑 CJ온스타일에서 4분 만에 2000대(주문액 기준 30억원)가 완판된 제품이기도 하다.
11번가에서는 행사 기간 로봇 청소기 브랜드 '드리미'의 'L20 울트라' 역시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G마켓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 '빅스마일데이'에서도 로봇청소기 인기는 뜨거웠다. 이달 6일 행사 시작 후 이날(낮 12시 기준)까지 약 한 주 만에 로보락 제품은 9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같은 인기에 백화점에도 첫 로봇청소기 상설 단독 매장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7일 인천점에 로보락 공식 매장을 연 것. 올 8월 인천점에서 연 로보락 팝업(임시) 매장이 2주간 4억원의 매출로 정식 매장도 냈다는 후문이다. 부산본점에서도 내년 1월13일까지 '드리미'의 장기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이진석 롯데백화점 일렉트로닉 디바이스팀 치프바이어는 “로봇 청소기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1위 브랜드인 로보락 공식 매장을 처음으로 열게 됐다"고 말했다.
건조기, 식기세척기와 함께 '3대 이모님'으로 불리는 로봇청소기는 최신형 올인원(흡입+물걸레) 제품의 경우 150만원대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9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시장조사업체 GfK 집계 기준)이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3년 전(2019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많은 30대 고객 사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 6월 CJ온스타일 로보락 S8 판매 방송의 구매 고객 절반 이상인 54%가 30대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는 약 584만6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46.1%)를 차지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중장년층이 주 고객인 일반 TV홈쇼핑 방송과는 확연하게 다른 추이"라며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프리미엄 신(新)가전에 대한 선호가 특히 높다"고 풀이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