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지난주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제약 종목을 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로 인한 쇼트커버(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가 예상된 2차전지주는 오히려 매도 우위로 나타났다. 주요 업체의 투자 계획, 실적 발표 등이 외국인 투자심리에 더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바이오 산 외국인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가 시작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조69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6684억원, 기관은 49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업종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은 지난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등 반도체 관련 11개 종목을 1조499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중 삼성전자를 5131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많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주식도 3067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도체 분야 순매수는 쇼트커버링보단 업황 기대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에 10조원가량을 편성하기로 한 것도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D램과 낸드 가격 동반 상승과 스마트폰, PC 등 전방 수요 회복의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어 가격과 물량의 동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은 제약·바이오 업종도 다수 사들였다. 지난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HLB 유한양행 등 15개 종목을 28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7일 증권가 전망치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셀트리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676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인 2258억원을 18.5% 웃돌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증권가 전망치인 481억원을 소폭 넘어선 5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공매도 쇼트커버 매수도 감지됐다. 유한양행의 공매도 잔액은 3일 810억원에서 8일 713억원, 같은 기간 레고켐바이오는 530억원에서 434억원으로 감소했다. “실적 좋은 업황으로 수급 몰릴 것”지난주 2차전지 주요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는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을 1119억원, 에코프로비엠을 506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포스코홀딩스(-2141억원) 포스코퓨처엠(-1587억원) 삼성SDI(-665억원) 금양(-313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일부 쇼트커버 물량도 있었지만 2차전지 업황 악화를 우려해 주식 비중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업체들이 공장 증설 계획을 미룬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로 볼 때 공매도 금지로 인한 시장 수급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개별 업체의 실적과 투자심리 개선, 주가 모멘텀 등이 수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공매도가 금지됐을 당시 공매도 잔액 감소는 2주 정도 유지됐다”며 “이후에는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건강관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