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기간 근거리 식품 전문점으로의 빠른 체질 개선 덕분이다. 1인 가구 증가에 소비 패턴이 ‘다품종 소량화’ 중심으로 재편되며 SSM의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SSM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3% 올랐다. 대형마트(10.0%), 편의점(8.5%), 백화점(3.1%) 등과 비교해 가장 크게 올랐다. 월간 기준 SSM의 매출 증가율이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동시에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SSM은 지난 2014년 이후 줄곧 매출이 줄거나 0%대의 성장률만 보였다. 특히 SSM의 점포당 매출은 8.7% 오르며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 평균(4.0%)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변화는 주요 유통업체 실적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분기 GS리테일의 슈퍼 사업 부문(GS더프레시)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올랐다. 올 1~3분기 전체로 봐도 23.7% 신장한 것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슈퍼 역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6% 늘었다. 지난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로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롯데슈퍼는 지난 2016년 이후 7년만에 연간 흑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역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SM 업계는 결국 경쟁력은 그로서리(식료품)에 있다는 판단하에 빠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적자 점포 정리 등 비용 절감 노력과 동시에 밀키트 등의 즉석식품 상품 구색을 늘렸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됐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신선식품 구매는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했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틈바구니 속에서 SSM은 대형마트보다는 ‘소량’, 편의점보다는 ‘다품종’이란 점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9월 SSM의 농축수산 품목 매출은 15.8%, 가공식품 매출은 12.8% 오르는 등 식품류 매출이 전체 매출 증가율(11.3%)을 웃돌았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