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증액안이 그제 야당 단독의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의결됐다. 말이 증액이지 신설이다. 지역상품권은 법에 명시된 대로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정부가 예산 자체를 편성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7053억원에 달하는 예산 항목을 신설했다. 국회의 이런 월권이 처음도 아니지만 명백히 위헌이다. 헌법에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제57조)라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행안위 의원 22명 중 절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강력한 반대를 묵살하고 또 한 번 머릿수로 위헌적 의결을 밀어붙였다. ‘파업조장법’(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로 산업계에 공멸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와중의 횡포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가 남아 있지만 상임위를 거친 안이 바로잡힐지 걱정이다.
지역상품권 발행 예산은 2018년 군산, 거제 등 고용 위기를 겪은 4개 지자체에 일시 지원했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전 정부 때 한 해 1조2522억원(2021년)이 편성됐으나 획일적 배분에 따른 포퓰리즘 논란까지 겹쳐 현 정부 들어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법에 지자체 업무로 명시돼 있는 데다 사정이 더 어려운 지자체에 대한 선별·집중 지원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경기 진작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말이 안 된다. 7000억원이나 푸는 데 효과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관건은 세금 7000억원을 풀어내는 효과가 얼마냐다. 민주당이 이렇게 매달리는 큰 이유는 ‘이재명표 인기몰이 예산’처럼 돼 가는 데다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당초 ‘불가’였으나 여당이 어정쩡하게 타협하면서 결국 3525억원이 편성됐다. 인구감소지역 89곳을 비롯해 시·군 지역의 어려움은 충분히 헤아린다. 그런 곳에 표나게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근거가 없고 효과도 적은 획일적 예산 배분은 지양해야 한다. 올 들어 재정적자가 70조원을 넘었고 국가채무는 1100조원에 달했다는 어제 나온 재정통계가 보이지도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