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지난 8일 국내 미니밴 시장 최강자인 카니발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했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는 대신 하이브리드카가 유례없이 높은 인기를 누리자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에 나선 것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사전계약을 시작한 8일 첫날에만 3만4360대를 계약하며 대흥행을 예고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사상 최다 사전계약을 기록한 아이오닉 6(3만7446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을 계약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은 신형 카니발 전체 사전계약 건수(3만6984대)의 93%를 차지했다. 가솔린(1052대), 디젤(1572대) 수요를 훌쩍 뛰어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보다 연비는 좋으면서 전기차의 충전 부담과 비싼 가격 등 단점이 없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높은 관심이 입증된 것”이라며 “친환경차로 갈아타고 싶지만 전기차는 망설이는 소비자가 많아 하이브리드카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지면서 ‘하이브리드 대세론’은 더 굳어지는 모양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10월 국내 새로 등록된 하이브리드카는 24만9854대로 작년 같은 기간(17만4074대) 대비 43.5% 급증했다. 전기차가 작년 13만9218대에서 올해 13만3056대로 4.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5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갈수록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인기는 휘발유차(8.8% 증가)도 뛰어넘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디젤 신차 등록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승용차 시장에선 작년부터 디젤이 하이브리드에 밀려났다. 1~10월 디젤 승용차 판매량은 11만5350대로 작년보다 24% 줄었다.
하이브리드 선호는 출고 대기 기간에서도 나타난다. 이달 기준 현대자동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출고 대기가 최소 12개월로 가솔린 모델(3개월)의 네 배에 이른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각각 10개월, 11~12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아이오닉 6, 전동화 G70·G80, EV6 등 전기차 모델은 대기 기간이 3~4주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