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문한 세종시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용하지만 활기가 넘쳤다. 네이버는 이곳에 지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이날 본격 가동했다. 축구장 41개를 합쳐놓은 넓은 부지. ‘63빌딩’을 눕힌 것보다 긴 길이의 근사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업무 대부분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로 처리해서다. 이곳을 둘러보던 한 네이버 직원은 말했다. “용인은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할 겁니다.”
당초 ‘각 세종’은 ‘각 용인’이 될 뻔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유명한 얘기다. 네이버는 2017년 6월 용인 기흥구 공세동에 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가 들끓었다. “산업시설이니 전자파가 많고 오염물이 많아 환경 안전을 위협하지 않겠느냐”고 매일같이 따졌다. 땅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는 “고압 전선이 지나다니는 송전탑을 설치하지 않고 선로를 묻는 방식인데다, 친환경 방식으로 설계 및 운영을 한다”고 여러 번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렇게 2년여가 지났다. 네이버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19년 6월 ‘각 용인’ 계획을 접었다. 대신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부지 공모를 실시했다. 인천, 수원, 평창 등 96곳이 손을 들었고 세종을 최종 선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단지를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지역 이기주의’를, 지역 경제발전 기회로 발상을 바꿔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며 “더 늦어졌다면 ‘챗GPT’ 시대에 손도 못써볼 뻔했다”고 말했다.
문득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선정하고도 착공이 다섯 차례 연기돼 5년째 삽조차 뜨지 못한 SK하이닉스 사례가 떠올랐다. 당초 계획대로면 지난해부터 공장 건설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지역 민원, 토지 보상 장기화 등으로 3년 넘게 지연됐다. 2025년에야 착공이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그랬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를 지을 때 송전탑 건설 문제 때문에 지역 주민과 5년 넘게 갈등을 겪었다.
산업계에선 새 공장이나 산업시설을 세울 때마다 일단 ‘막고 보는’식의 지역 충돌이 반복되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려 사항은 함께 해결 방안을 찾고, 기업과 지역이 발전할 방안을 논의하는 식으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네이버가 지자체 공모로 윈윈 사례를 만든 게 다른 기업에도 좋은 해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