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0일 15: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온이 연말 자금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 처음으로 데뷔한 데 이어 단기 조달시장인 기업어음(CP) 시장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배터리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다양한 조달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0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SK온이 지난달부터 발행한 CP는 총 1000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는 만기 300일이 넘는 장기 CP만 300억원을 찍었다.
공격적인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자금 소요가 커지면서 CP 시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2021년 10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만들어졌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려야 하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투자재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회사채 시장 데뷔전에서 확보하지 못한 금액을 CP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온은 지난달 31일 2년물 650억원 3년물 1350억원 등 2000억원을 발행했다. SK온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 작업 비용을 위해 최대 5000억원어치 조달을 계획했다. 하지만 투자자가 좀처럼 모이지 않으면서 최대 40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이후 진행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도 2년물이 일부 미매각되는 등 투자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00억원을 최종 조달하는 데 그쳤다. 기존 예상보다 1000~3000억원가량 투자자금이 줄어든 것이다.
조달 카드 다각화 측면도 고려됐다. 대표적인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뿐 아니라 CP, 외화채, 대출 등 다양한 조달 창구를 미리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SK온은 외화채 시장에서 지난 5월 KB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9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달 들어서는 NH농협은행과 기업 대출 및 지급보증 등의 방식으로 3년 동안 최대 1조원 규모 금융지원을 받기로 했다.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SK온의 6월 말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83.4%, 33.6% 수준이다. 국내 신용평가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손실 누적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됐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