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여성이 과도한 당근 섭취로 얼굴이 주황빛으로 바뀐 사연을 공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출신 데나 렌달(21)는 건강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매일 최대 10개, 매주 6kg에 달하는 당근을 섭취했다.
렌달은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당근을 먹기 시작했지만 (그때만 해도) 하루에 한두 개 정도였다"면서도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매일 당근 열 개를 먹게 됐고, 그 결과 점차 피부색이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렌달의 주변 지인들도 "태닝을 한 것이냐", "황달이냐" 등의 우려스러운 반응을 내놨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햇빛에 피부가 태닝 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목은 멀쩡했고 오직 얼굴만 '당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과도한 당근 섭취로 '카로틴혈증'…건강에 문제없나
렌달은 의료진으로부터 많은 양의 당근을 섭취해 생긴 '카로틴혈증'을 진단받았다. 카로틴혈증은 혈중 베타카로틴이 증가해 피부에 노란색의 색소 침착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베타카로틴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 등에 많이 함유된 성분이다. 특히 당근, 클로렐라, 스피룰리나, 고추, 시금치, 쑥, 쑥갓, 질경이, 케일, 곶감, 살구, 황도, 망고, 바나나, 김, 미역, 파래, 다시마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레티놀)를 만들기 위한 전구물질로 과일과 채소를 통해서 섭취하게 된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베타카로틴 함량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거나 건강보조식품 또는 치료 목적의 고용량 베타카로틴 투여로 카로틴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렌달이 겪은 것과 같이 피부에 노란색의 색소 침착이 나타난다. 손바닥, 발바닥, 이마, 코끝, 코 옆주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황달과는 달리 공막(눈의 흰자위)과 점막의 색소침착은 동반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다른 독성은 보이지 않는다.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다만 베타카로틴을 포함하는 식사를 피하는 것이 피부 색소침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식이요법 후 혈중 카로틴 농도가 감소해 노란색의 피부 침착은 베카로틴 제한 후 30~60일 뒤 사라진다.
베타카로틴 이점도 있다…당근 건강하게 먹는 법당근의 베타카로틴 성분이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베타카로틴 함유 제품의 기능성은 비타민 A의 전구체로서 항산화 작용, 유해산소의 예방, 피부 건강 유지 등이 있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가장 안전한 급원이며 과량을 섭취해도 비타민 A 과잉증과 같은 부작용은 없다. 또한 우리 몸속에 일정량을 유지해야 유해산소로 인한 암, 동맥경화증, 관절염, 백내장 등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근을 건강하게 섭취할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권고 사항에 따르면 당근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껍질 부위에 많으므로 당근을 먹을 때는 껍질을 벗기지 않는 편이 좋다. 당근을 날로 먹거나 갈아서 주스로 마시는 것 보다는, 영양소 흡수 측면에서 보면 기름에 조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근 속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날것으로 먹는 경우 흡수율은 8%에 불과하지만 기름과 같이 조리하면 60∼70%로 높아진다. 이에 당근을 주스로 마실 경우에는 올리브유를 몇 방울 첨가하고, 생으로 먹기를 원한다면 마요네즈나 오일 드레싱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당근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효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다른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