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와 오너 간의 '쉽지 않은 동행'…MBK와 박현종 회장 사이에 무슨 일이

입력 2023-11-10 17:21
이 기사는 11월 10일 17: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와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을 운영하는 bhc그룹을 이끌던 박현종 회장(사진)이 돌연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박 회장 사이에 누적된 갈등이 결국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9% 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반격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6일 bhc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8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와 다른 bhc 자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내쫓겼다. 박 회장의 심복인 임금옥 사장도 bhc그룹에서 맡고 있던 직책에서 모두 해임됐다.

삼성전자 출신인 박 회장은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로하틴그룹이 bhc 그룹을 인수하면서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이후 bhc의 성장을 이끈 박 회장은 2018년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bhc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MBK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MBK와 첫 인연을 맺었다. MBK는 이후 2년 뒤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bhc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박 회장과 MBK의 갈등은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bhc 경영의 주도권을 놓고 둘은 의견 대립을 이어왔다. 박 회장은 2018년 처음 bhc를 인수할 당시 자신이 주도해 컨소시엄을 꾸렸고, 전문경영인부터 시작해 10여년 간 회사를 직접 경영해 키워온 만큼 bhc에 대한 애정이 크고 사소한 일도 직접 챙겨왔다.

처음엔 재무적투자자(FI)로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추가 투자로 최대주주에 오른 뒤 MBK는 박 회장을 더 탐탁지 않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회장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소수 지분을 가진 전문경영인에 가깝다"며 "시장에선 박 회장이 일명 '회장병'에 걸려 MBK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둘 사이의 갈등을 폭발시킨 건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 전부터 박 회장과 함께 일하며 손발을 맞춰온 허명수 CFO가 올 여름 일신상의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후 MBK는 이훈종 신임 CFO를 bhc에 내려보냈다. 허 전 CFO가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MBK가 CFO를 교체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사사건건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신임 CFO의 행태에 크게 반발했고, MBK와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신임 CFO가 bhc의 경영 상황을 내밀하게 살펴본 결과 박 회장이 MBK에 해명하기 어려운 약점을 잡혀 순순히 대표 해임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회장의 두 번째 MBO 시도도 MBK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전해진다. 올초부터 박 회장은 PEF 운용사들을 접촉해 bhc 인수 의사를 물었다. 자신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시 한번 MBO 방식으로 bhc를 인수해 MBK를 내보내고 bhc의 주도권을 찾아오는 게 박 회장의 목표였다. 하지만 아웃백까지 품은 bhc의 몸집이 너무 커져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MBK는 박 회장의 해임은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일 뿐 MBK와의 갈등설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박 회장은 대표 자리에선 해임됐지만 이사회에는 그대로 남는다. 박 회장은 GGS 지분 9% 안팎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엔 MBK측 인사 두 명, 글로벌 연기금 펀드 측 인사 네 명 등으로 구성됐다. 박 회장이 등기이사 자리를 지키더라도 판도를 뒤흔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