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권을 명시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문턱을 넘으면 직장 내 괴롭이나 학교 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더 쉽게 제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인격권을 명문화하고 인격권 침해 제거·예방청구권을 구제수단으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조만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민법 개정안은 인격권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로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인격권 침해 중지나 예방,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도 새로 만들었다.
법무부가 민법을 이 같이 고치기로 한 것은 현행법상에선 인격권 침해를 받았을 때 권리 구제가 쉽지 않아서다. 현재 민법에는 인격권과 관련한 조항이 따로 없는 상태로,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내용만 적혀있다. 이렇다보니 인격권은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서만 인정된 채 민사소송에선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시 대부분이 정신적 손해보다는 재산상 피해에 책임을 지라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격권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인 구제수단이 확보될 것”이라며 “SNS와 메타버스 등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범죄, 초상권·음성권 침해,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관한 법적책임 범위도 더 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