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뭘 봐"·전청조 "단둘이 5분만"…경찰서 무슨 일이

입력 2023-11-10 07:51
수정 2023-11-10 08:50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가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 연인 전청조(27)씨와 첫 대질 조사를 받은 가운데, 경찰에서 전씨가 "남씨와 단둘이 5분만 이야기하고 싶다"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남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3시간가량 조사를 벌였다. 지난 6일 경찰에 처음 출석해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이다. 이날 경찰 조사에서는 이미 구속된 전씨와의 대질 신문도 이뤄졌다.

대질 신문을 앞두고 이들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처럼 차가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채널A에 따르면 이날 대질 신문을 시작하자 전씨는 "남씨와 단둘이 5분만 이야기하고 싶다"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남씨가 곧장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씨는 전씨를 향해 "뭘 봐"라고 신경질적인 말투를 보였다고도 한다.

대질 조사에서는 남씨가 전씨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나아가 범행을 공모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남씨 측은 전씨 사기 범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공범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씨는 남씨가 올해 3월부터 범행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남씨를 전씨의 공범으로 함께 고소한 고소인도 조사에 참여해 "남씨가 전씨 범행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씨 변호인은 조사를 마치고 나와 "오늘 조사는 더 길게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남씨가 돌연 몸이 아프다고 해 조사가 저녁 식사 이후 거의 중단됐다"며 "남씨가 조속히 회복해 추가 대질 조사에 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남씨가 언론에 예고한 것과 달리 본인 명의 휴대폰을 경찰에 임의제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이날 조사를 마친 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11시15분께 조사를 마치고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오면서 "대질 조사에서 어떤 말을 나눴나", "억울한 점 있으면 말해달라" 등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남씨의 재혼 상대로 발표됐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 구속됐다. 경찰이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23명, 피해 규모는 28억여원에 이른다.

남씨는 줄곧 자신도 전씨 사기 행각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공범 의혹을 부인해 왔다. 남씨는 지난달 31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송파경찰서에 전씨에 대해 사기와 사기미수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전씨로부터 선물 받은 벤틀리 차량과 귀금속, 명품 가방 등 총 48점을 지난 4일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한편, 송파경찰서는 10일 오전 7시 30분께 전씨를 서울동부지검에 구속송치 했다. '남씨와 공모한 게 맞냐', '남씨가 지금 본인 거짓말하고 있다는데 입장이 있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고만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