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외교 수장이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또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중국도 북·러가 밀착되고 군사협력과 무기 거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좋아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해 그런 위험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중국의) 역할을 촉구할 수 있는 노력을 한·미가 같이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방한한 블링컨 장관도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장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기술적 지원을 하는 것도 보고 있다. 양국이 우려하는 사항”이라며 “중국이 가진 대북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맞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해간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박 장관은 최근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등에 관해서는 “크게 우려한다”며 “한·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도 더 강화해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국은 경제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최적의 파트너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미 반도체과학법 가드레일의 최종 규정으로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양국 외교장관 회담 전에 블링컨 장관과 오찬을 하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확고히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핵심 가치를 수호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 대외 정책의 주안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맞춰져 있다”며 “역내 핵심인 한국과의 동맹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지난 8월 한·미·일 3국 정상이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 후속 조치로 3국 안보실장 회의의 연내 개최를 추진키로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