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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하던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주 새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다. 대출이자 부담이 줄자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도 반등했다. 고금리로 인해 얼어붙은 미국 부동산 거래가 바닥을 찍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금리 떨어지자 대출 신청 늘어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61%로 전주(연 7.86%)보다 0.25%포인트 하락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말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30년 고정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연 7.9%까지 올라 2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돌파한 후폭풍이었다.
하지만 Fed가 지난 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Fed의 금리 인상 행보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1주일 만에 연 4.5% 아래로 떨어졌다. 국채 10년 만기에 연동된 30년 고정 주택대출금리도 2주 연속 하락했다. 조엘 칸 MBA 부사장은 CNBC에 “Fed가 11월 FOMC에서 비둘기파적인 어조를 보이고 고용지표가 둔화한 점 등으로 인해 주택대출 금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자 주택담보 대출 신청자는 늘었다. 지난주 미국의 주택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2.5% 증가했다. 10월 둘째주 이후 3주 연속 감소하다가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재융자 신청도 1주일 새 2% 많아졌다.○기대·불안이 교차하는 주택시장대출 수요가 늘자 주택 건설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경제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건설업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건설 ETF인 ‘아이셰어즈 건설 ETF’(ITB)는 전날 1.24% 상승했다.
건설사 실적을 좌우하는 신규 주택시장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의 9월 신규 주택판매는 75만9000건(연율 기준)으로 전월보다 12.3% 늘었다. 시장 예상치인 68만 건을 넘어선 동시에 지난해 2월 이후 1년7개월 내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9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도 전월보다 7% 늘어났다.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주택시장은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9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 감소한 396만 건에 그쳤다. 전체 거래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기존주택 판매는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가 하락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ICE 모기지 테크놀리지에 따르면 현재 대출금리가 연 6% 이하인 주택 소유자가 전체의 90% 이상이다. 이들은 연 7%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하면서 주택을 갈아타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 나오는 기존주택 매물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 내 주택 가격은 9월에도 올라 24년 내 최고치를 찍었다.
로렌스 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건 여전히 높은 고금리 때문”이라며 “높은 주택대출 금리는 주택시장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노유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