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파업에 발목잡힌 미디어 공룡…WBD 주가 20% 급락

입력 2023-11-09 11:35
수정 2023-11-09 11:5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 주가가 8일(현지시간) 20% 가까이 급락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TV 광고 시장 침체와 할리우드 파업 여파 등 외부 악재가 겹쳐 부채 상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WBD 주가는 전일보다 2.21달러(19.04%) 내린 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은 2021년 3월 이후 최대다. 주가는 지난해 12월 23일(9.17달러) 이후 약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WBD는 이날 장 마감 직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이 회사가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 플러스(+)를 통합한 신규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를 출시한 이후 첫 분기 성적표다.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WBD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99억8000만달러로,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순손실 규모는 4억1700만달러(주당 17센트)로, 1년 전 같은 기간(23억1000만달러, 주당 95센트)보다 축소됐다. 다만 시장 전망치(주당 6센트)보다는 많았다.


TV 네트워크 부문에서의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12% 후퇴했다. TV 시청자 수가 줄어들면서 시장 전체가 둔화한 영향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맥스를 포함한 D2C(direct to consumer) 부문도 가입자 수가 직전 분기보다 70만명 감소한 9510만명으로 집계되면서 주춤했다. 시장 예측(9540만명)에도 못 미쳤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WBD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세대가 뒤바뀌는 과정에서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 부문에서 여전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나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WBD는 이 기간 24억달러어치의 부채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잔여 부채는 453억달러(약 59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쳐지면서 탄생한 이 회사는 합병 과정에서 55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았다. 지난 1년간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누적 120억달러의 빚을 갚았지만, 미디어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어 100% 상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군나르 비덴펠스 WBD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까지 2.5~3배 수준의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을 달성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며 “광고 시장 침체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할리우드 파업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TV 광고 시장의 유의미한 회복 없이는 내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목표 범위 내로 끌어내리기 힘들 것”이라며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까지 복잡한 문제들이 이어지리란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부문 독립 리서치 기관인 모펫네이선슨은 WBD의 목표주가를 14달러에서 12달러로 하향했다. 월가 투자은행(IB) TD코웬의 더그 크루츠 애널리스트는 “파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더불어 TV 광고 수요 약세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