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6단체 "개정안 통과 땐 이 땅에서 사업 못한다"

입력 2023-11-08 18:47
수정 2023-11-09 13:56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파업조장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국내 주요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안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기업들은 더 이상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할 수 없다고 그동안 수차례 호소했지만, 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처리를 강행하는 상황에 참담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업체를 하청업체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여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제조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하청업체가 4000개가 넘는데 이들 노조가 각각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벌이면 어떻게 감당하냐”고 우려했다.

개정안이 노동쟁의 개념까지 확대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6단체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부당 해고, 해고자 복직 등 사법 절차로 해결할 ‘권리분쟁’이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등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배상 의무자별 귀책사유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묻도록 제한해 산업 현장이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제조업체 인사 담당 임원은 “수백 명의 조합원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회사를 불법 점거하면 어떻게 일일이 신원을 확인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경제계는 “개정안은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가 입법을 중단해야 최소한 이 나라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 입장도 마찬가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산업 현장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하는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본회의 상정·처리를 철회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상용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