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미술시장이 조정기를 넘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대표 이호숙·정준모)는 8일 발간한 '2023년 3분기 미술시장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결과를 내놨다. 센터가 집계한 결과 올 3분기 서울옥션·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 등 국내 경매사의 낙찰 총액은 25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6% 줄었다. 낙찰율 역시 65.51%로 1년 전보다 약 10.23%포인트 하락했다.
해외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5~6일 열린 소더비와 필립스의 홍콩 경매 판매 총액은 10억5900만 홍콩달러였다. 작년 가을에 열렸던 경매와 비교하면 5.45% 감소했다. 올 봄 경매에 비해선 반년 만에 28.11% 줄어들었다.
센터는 컬렉터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아트바젤과 UBS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액 자산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다른 금융 자산에 비해 미술품에 들어가는 자금 비중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19%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해 센터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합을 이루며 거래됐던 작품들이 하한가에서 겨우 낙찰되거나, 유찰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결국 가격을 조정해서라도 팔겠다는 판매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락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센터는 이런 상황을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센터 측은 "2000년부터 미술시장의 흐름을 뒤돌아보면 뚜렷한 호황기 이후에 일정 기간 보합세를 이루다가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이후 다시 정점을 찍는 양상이 반복됐다"며 "따라서 현재 시장은 놀랄 만큼의 위기도 아니며, 오히려 다시 일상적인 시장으로 되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19년 설립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분기별로 국내외 미술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보고서 전문은 센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