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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PEF)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KKR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수익을 내며 신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모집에 돌입한 반면, 칼라일은 저조한 실적에 감원까지 단행하는 처지다. 운용자산 6% 늘린 KKR, 1% 줄어든 칼라일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KKR은 올해 3분기 14억7000만달러(주당 1.64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3260만달러(주당 4센트)를 벌어들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세후 배당가능이익은 주당 88센트로, 전문가 예상치(주당 83센트)를 웃돌았다.
KKR은 이 기간 펀드 운용을 통해 14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운용자산 규모는 9월 말 기준 528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렸다. 이 회사는 2020년과 2021년 아시아와 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각각 출시한 147억달러 규모, 184억달러 규모의 바이아웃 펀드 자금 모집이 완료됐으며, 신규 펀드 조성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KR이 현재 운용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30개가 넘는다.
로버트 르윈 KK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역동적인 펀드 운용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요 전략적 성장 분야 전반에서 상당한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과 사업 전개, 현금화 등 전 부문에서의 파이프라인이 눈에 띄게 강화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KKR 주가는 전일 대비 2.96달러(4.98%) 오른 62.34달러에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승 폭은 약 1년 만에 최대다.
반면 칼라일의 올해 3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2억8080만달러)에서 8130만달러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배당가능이익은 1년 전보다 43%가량 줄어든 3억6740만달러(주당 87센트)를 기록했다.
펀드 운용으로 조성한 금액 역시 직전 분기 대비 11% 적은 63억달러에 그쳤다. 가장 최근의 플래그십(대표) 펀드는 148억달러를 모집하며 마감했는데, 이전 플래그십 펀드와 비교하면 20% 적은 금액이다. 한국계 이규성 전 최고경영자(CEO)가 퇴임 전 설정한 목표치 270억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칼라일의 운용자산 규모는 전 분기보다 1% 감소한 3820억달러로 집계됐다. 하비 슈워츠 칼라일 CEO는 “올해 자금 조달 상황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 할 일이 많다”며 “거래 활동 둔화와 이에 따른 자신감 하락 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도 돌입했다. 지난 9월 칼라일은 미국의 소비자?미디어?소매 부문 투자 사업부를 없애고 일부 직원을 해고했다. 미국 바이아웃 펀드 담당 팀에서도 추가적인 감원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3분기 동안 4000만달러(연율 환산)의 지출을 줄였다. 감소분의 85%가 급여를 줄인 데서 나왔다.
존 레뎃 칼라일 CF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손대선 안 되는 신성한 비용 같은 건 없다”며 “모든 비용이 테이블 위(삭감 대상)에 있다”고 말했다. 슈워츠 CEO는 “절감된 비용은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투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칼라일 주가는 전장보다 0.45달러(1.56%) 오른 2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경영 공백 여파에 무너진 칼라일10년 전만 해도 어깨를 나란히 했던 두 PEF 간 격차가 이토록 벌어진 건 리더십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칼라일을 공동 설립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윌리엄 콘웨이, 다니엘 대니엘로는 2017년 이 전 CEO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를 공동 CEO에 앉혔다. 그로부터 3년 뒤 권력 경쟁에서 밀린 영킨 주지사가 회사를 떠났고, 이 전 CEO가 단독 경영에 나섰다. 그러나 2022년 8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사임했다. 그 이후 올해 2월 골드만삭스 출신의 슈워츠 CEO가 새 수장에 앉기 전까지 약 반년간 칼라일의 리더십은 공백 상태였다.
반면 KKR은 2021년 10월 조셉 배와 스콧 너탤이 공동 CEO에 임명된 뒤 이렇다 할 내부 혼란을 겪지 않았다. 이들은 공동 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확립한 경영 구조를 매끄럽게 승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