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 중국…상하이박람회에 '역대 최다' 美기업 몰린 이유

입력 2023-11-08 09:15
수정 2023-11-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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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10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수입박람회(CIIE)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기업들이 떼 지어 몰려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경제위기설이 확산하고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중국에서 투자 기회를 포착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CIIE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역대 최다 미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서도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번스 대사는 “미?중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인 6900억달러(약 901조원)를 기록했다”며 미국 기업 사절단의 CIIE 참석 의의를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CIIE는 중국이 대외 개방과 수입 확대를 목적으로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수입 전문 박람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획 단계에 직접 관여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이는 행사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절반 이상을 포함한 3400여개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212개 기업이 CIIE를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딘 와중에도 서방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는 방증이다.


참석 기업들은 앞다퉈 대(對)중국 투자 기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식품업체 돌푸드의 마케팅 담당자 니 댄은 “현 단계에선 소비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소도시까지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국경 간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그리스 금융업자 크리스토스 블라코스는 “그리스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기회가 풍부하다”며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중국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양자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미?중 간 긴장은 눈에 띄게 완화되는 분위기였다. 번스 대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공급망 등을 완전히 분리하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라고 강조하면서, “미?중은 상호 경제 관계를 완전히 떼어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CIIE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세계 발전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고,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할 것이며,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등 서방국 정상들은 CIIE를 계기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직접 대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기존 5.0%, 4.2%에서 5.4%, 4.6%로 0.4%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부동산 시장발 경제 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들이 효과를 낼 거란 판단에서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서방 기업들에 공정한 경쟁의 장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은 여전한 분위기다. 카를로 디안드리아 주중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CIIE 행사가 “중국의 개방과 개혁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지만, 교묘한 눈속임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유럽 기업들은 (중국 당국이) 신뢰 회복에 필요한 가시적인 성과 대신 상징적인 것에 불과한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데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