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간호대 등 의학계 대학원생들이 다른 계열보다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인권센터와 사회발전연구소(연구책임자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8일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한 달간 서울대 대학원 재학생 1715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 대상자는 계열별로 인문사회예술계가 497명(29%)으로 가장 많고, 자연계 429명(25%), 공학계 326명(19%), 전문대학원 314명(18%), 의학계 149명(9%) 순이었다.
연구팀은 의학계 대학원생 중 언어·신체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다른 계열보다 두드러지게 많다는 통계 결과에 주목했다. 의학계 대학원생은 4명 중 1명꼴인 24.8%가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폭언, 욕설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 15.6%보다 1.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의학계에 이어 자연계 18.9%, 공학계 14.4%, 전문대학원 13.7%, 인문사회예술계 12.1%로 뒤를 이었다.
기합, 구타를 비롯해 신체폭력을 당한 비율 역시 의학계가 7.4%로 가장 높아 전체 평균2.5%의 세 배에 달했다.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대 대학원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재학생 비율은 의학계열이 53.1%로 유일하게 과반수를 넘겼다. '갑질, 집단 따돌림, 배제, 소외 등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있다'고 답한 비율도 의학계가 23.5%로 가장 높았다.
재학 중 차별적인 언행이나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의학계가 18.1%로 가장 높았고, 인문사회예술계 17.7%, 자연계 14.9%, 전문대학원 14.6% 순이었다.
의학계 재학생 중 표현의 자유를 침범했다고 느낀 비율은 36.9%,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느낀 비율은 27.5%로 이 역시 전체 평균 22.4%와 19.3%를 웃돌았다. 전공과 출신 학부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을 겪은 사람도 21.5%로 전체 평균 13.7%를 상회했다.
다만 '대학원 재학 중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8%로 전체 평균 22.6%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비율은 인문사회예술계가 25.7%로 가장 높았다. 자연계는 25.6%, 전문대학원은 21.0%, 공학계는 15.0%였다.
연구팀은 "대학원생들은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개선 과제로 가장 많이 제시했다"며 "특히 의학계의 경우 연구실의 폐쇄적 분위기와 수직적 위계질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