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싸늘…공매도 금지로 널뛰는 증시

입력 2023-11-07 18:07
수정 2023-11-15 16:38

‘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로 폭등한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루 전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주식 매입)을 위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외국인과 기관이 이번엔 ‘쌍끌이 매도’에 나섰다. 예상치 못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수급 여건이 크게 뒤틀리면서 한동안 증시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하루 만에 2500선 붕괴
7일 코스피지수는 2.33% 하락한 2443.96으로 장을 마쳤다. 45일 만에 넘어선 2500선을 하루 만에 다시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15억원, 3929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4592억원어치를 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내림세였다. 전날 급등한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홀딩스는 각각 10.23%, 11.02% 하락했다. SK하이닉스(-1.95%), LG화학(-5.57%), 삼성SDI(-7.91%) 종목 등의 하락폭도 컸다.

코스닥지수는 1.80% 떨어진 824.37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섰다. 시총 상위 종목 중 엘앤에프(-15.29%), 포스코DX(-5.83%), 에코프로비엠(-4.85%) 등 2차전지 종목이 대부분 약세였다. 에코프로만 전날 상한가(29.98%)에 이어 이날 3.74% 뛰었다.

코스닥시장에선 한때 하락폭이 커지면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 정지)도 발동했다. 전날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국내 증시 낙폭이 커진 것은 전일 급등한 주가에 따라 차익실현에 나선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채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오른 것도 한몫했다.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일본닛케이225지수(-1.34%), 중국 상하이지수(-0.04%)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이날 동반 하락했다. “실적 좋은 저평가 종목만 생존”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전날은 쇼트커버 물량도 많았지만, 그걸 기대한 매수세도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분간 시장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수급 요인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전날 강세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대비 주식시장 상대 기대수익률과 유동성 환경을 고려하면 개인 수급 유입 강도는 과거보다 약할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에 따른 쇼트커버 영향력은 2주를 정점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2차전지주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실적 때문이란 의견이 다수였다. 에코프로가 2차전지 대형주 중 유일하게 주가가 오른 것도 이날 시장 기대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해서다.

일각에선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적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2020년 3월 13일~2021년 4월 30일)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평균 8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공매도 금지 기간(2011년 8월 10일~11월 9일)에도 하루평균 242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최근 10년간 공매도 금지 기간이 아닌 시기엔 하루평균 1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윤아영/양병훈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