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을 밝히면서 감액 대상에 국방 예산을 줄줄이 올려놓아 우려를 키운다. 총선용 돈풀기 재원 마련을 위해 KF-21 보라매 전투기, 정찰위성,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군 디지털 통신 네트워크인 한국형 합동전술데이터링크체계 개발 예산 등을 깎겠다는 것이다. 안보보다 눈앞의 표 구걸이 우선이다.
민주당의 삭감 항목을 보면 하나같이 북한 도발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 무기들이다. KF-21은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에서 우리 영공 수호를 담당한다. 2026년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독자 개발 국가가 된다. 군은 스텔스 기능, 유무인 복합체계를 적용한 5, 6세대 전투기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런 국산 전투기 플랫폼을 갖게 되면 방산 기술 독립이 가능하고,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레이더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등 도발 대응 능력도 훨씬 높아진다. 생산유발 24조원, 기술적 파급 49조원 등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성능 대비 가격이 낮아 벌써부터 여러 나라에서 KF-21에 관심을 보여 방산 수출 기대도 모으고 있다. 정찰위성은 북한 핵·미사일 감시를 위한 필수적인 장비이며 도발 징후 시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이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우리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물론 국방 예산도 비효율이 있다면 걷어낼 수 있다. 그러나 표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이런 예산을 만만한 칼질 대상으로 여기는 게 온당한가.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국방 분야는 지역구 ‘쪽지 예산’ 증액을 위해 약방의 감초처럼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엔 무인기(군사용 드론) 개발비가, 그 전해엔 군사력 확충의 핵심인 방위력 개선비가 대거 삭감됐다.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마다 레이더, 전술유도무기 같은 핵심 전력 증강 예산이 잘려 나갔다. 북한 위협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안보가 언제까지 삼류정치에 볼모 잡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