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5원 급락…3개월 만에 1200원대 진입[한경 외환시장 워치]

입력 2023-11-06 18:12
수정 2023-11-07 10:05
원·달러 환율이 6일 20원 넘게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며 3개월 만에 120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긴축 종료 기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3거래일 동안 60원 급락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5원10전 하락한 1297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4원40전 내린 달러당 1308원에 출발해 오전엔 131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오후 들어 하락세가 가시화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 8월 3일(1299원10전) 후 약 3개월 만이다. 하루 낙폭인 25원10전은 3월 24일 기록한 29원40전 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이달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일 달러당 1357원30전을 기록한 환율은 2일과 3일 각각 14원40전, 20원50전 하락했다. 6일 낙폭을 더하면 3거래일 만에 60원 급락한 것이다. 3거래일간 60원 이상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9~11일(66원50전) 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환율은 11월 11일 하루 낙폭이 59원10전에 달하는 등 큰 폭으로 출렁였다.

환율이 급락한 것은 3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상당폭 둔화한 것과 관련이 깊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망치인 17만 개를 밑돌며 일자리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고용지표가 악화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반영해 미국 달러화지수가 약세로 전환됐고, 위험 선호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원화 가치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대거 들어온 것도 환율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0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자금이 원화 수요를 늘리며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미국 10월 CPI가 변수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지만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간에 큰 폭 하락한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환율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때까지 환율은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 범위로는 달러당 1290~1340원을 제시했다. 그는 “엔화에 비해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3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달러당 12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환율이 지금 수준보다 더 내려가기 위해선 단순히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반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는 확실한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뚜렷하지 않아 추가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수입업체 결제를 비롯한 저가 매수 수요가 환율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달러당 1300원을 중심으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장 마감시간(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867원38전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간 기준가(879원93전)에 비해 12원55전 하락했다. 이는 2008년 1월 15일(865원28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나고야에서 열린 지역 비즈니스리더 회의 연설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를 급격하게 넘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을 시사하면서 엔화의 상대적 약세가 나타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