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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캐논이 최근 출시한 첨단 반도체 공정 장비를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보다 대폭 낮은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SML에 대항하기 위해 가성비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5일(현지시간)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출시한 반도체 제조장비 ‘FPA-1200NZ2C’에 대해 “가격이 ASML의 EUV보다 한 자릿수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낮게 책정될 수 있다. 다만 캐논은 아직 해당 장비의 최종 가격을 정하지는 않았다.
EUV는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빛으로 설계 회로를 새기는 장비로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한다. 7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반도체를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로 꼽힌다. 연간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2억달러(약 2600억원) 수준으로 비싸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만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캐논이 지난달 13일 출시한 FPA-1200NZ2C는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기술을 사용한다. NIL은 웨이퍼에 직접 설계 회로를 찍는 방식으로 캐논은 지난 10년간 이 공정을 연구해왔다. EUV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단순 공정으로 첨단 반도체 칩을 제조할 수 있고, 전력 소요량도 10분의 1 수준으로 적다. 나노 임프린트 기술로 5나노 공정 수준의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고, 해당 기술이 개선되면 2나노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캐논은 일본 도쿄 북쪽 우쓰노미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NIL 장비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타라이 CEO는 “나노 임프린트 기술이 EUV를 추월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새로운 기회와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며 “첨단 반도체 생산은 지금까지 전적으로 대기업 영역이었지만, 캐논의 나노 임프린트 기술이 소규모 반도체 제조업체에도 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對)중국 수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해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