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년 6월까지 약 8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주가 관점에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SK증권은 6일 분석했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거래 적발 등으로 금융감독당국이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발표에 따라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350개 구성 종목과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 시장 모든 종목에 내년 6월 28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된다.
SK증권은 실질적인 기업가치나 기초체력 문제 때문이 아니라 단순 수급 이슈로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기업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코스닥150 중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산업재(2차전지, 로봇)”라며 “그 산업재 다음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업종이 바로 제약·바이오”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 구성종목 대다수가 바이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특히 공매도에 따른 영향이 실제로 컸다”며 “가장 최근 공매도가 금지됐던 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 공매도 잔고비율은 0.5%까지 감소했으나 공매도 재개 이후 다시 2.9%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에 따라 주가 반등이 기대되는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높은 공매도 잔고비율을 기록 중인 기업들, 그리고 내년 6월까지 유의미한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들”이라며 “특히 레고켐바이오를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혜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의 공매도 잔고비율이 올초 1%대에서 최근 6%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성과, 임상 진전 등으로 인해 가치 재평가가 시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시각이 혼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매도 금지만으로 숏커버링을 단정지을 순 없으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관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자본시장 글로벌 스탠다드를 역행하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 공매도 전면금지를 시행했던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유럽 재정위기), 2020년(코로나19)과 달리 공매도를 전면 중단해야 할 거시경제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