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신당 창당 움직임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와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공개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로운선택’을 창당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잔류할 조건에 대해서는 “여권 지도부가 예상하는 것을 상회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가 퇴진하지 않으면 탈당을 결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을 이끄는 세력을 시한부로 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사라질 것”이라며 “그 사람들과 공동의 이익이나 목표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신당을 창당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며 “내일 총선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험하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통합을 명분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의사도 명확히 했다. “외교는 주권을 가진 국가와 하는 것”이라며 “나는 인 위원장을 주체적 정치 객체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날인 4일 인 위원장은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 현장을 깜짝 방문했다. 여기서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영문 이름인 “미스터 린튼”으로 호칭하며 시종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의사로 왔냐”며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인 위원장을 향해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남 순천 태생으로 60년 이상을 한국에서 살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만 대화했다는 점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가 인종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적었다.
토크콘서트 직후 서울로 돌아온 인 위원장은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신당 발표하는 날까지 안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