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재혼 상대 전청조 씨의 범행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남 씨 또한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만한 정황이 보인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3일 'YTN 더 뉴스'에 출연해 전 씨가 '범죄 수익금을 모두 남 씨에게 썼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모든 금전 거래가 남 씨가 한 것으로 돼 있다"며 "나이가 마흔둘이나 된 여성이, 경제활동을 했던 사람이 내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다 빌려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전 씨가 남 씨에게) 명품부터 시작해서 4억 가까이 되는 차량도 사주고, 더군다나 남 씨가 1억 이상 대출이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 전 씨가 갚아준 것으로 나온다"며 "더군다나 생활비를 또 친정 식구들에게, 어머니에게 매달 그리고 막냇동생에게 매달 보냈다. 액수로 따지면 아마 1년 남짓한 기간에 상당한 액수가 이미 처가 식구들한테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 씨가 운영하던 아카데미 이외에 전 씨가 좀 더 고급 아카데미, 아이비리그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훨씬 더 비싼 강사료를 내는 그런 학원을 열었다"며 "그래서 학부형들에게 돈을 남 씨 통장으로 입금을 받은 게 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 씨가) 그걸 '몰랐다, 나는 피해자다'라고 주장하는데, 경제생활을 오랫동안 20년 이상 한 여성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일설에 따르면 아마 알았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의라는 게 '나도 그러면 사기의 공범이다' 이런 인식은 없더라도, 돈이 다 내 통장으로 들락날락하고 금전이 다 확인이 된 거면 미필적 고의라는 게 인정이 될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 씨 측은 꾸준히 남 씨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 씨의 변호인단은 전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3일 "(전 씨가) 본인의 사기 범행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남 씨와 대질 조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또 전 씨는 체포되기 전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모든 걸 말하면 남현희가 쓰레기가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남 씨의 법률 대리인은 4일 "전 씨에게 깜짝 선물로 받은 벤틀리 차량을 전날 경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고 경찰이 남 감독 요청을 받아들여 압수 절차가 완료됐다"며 "가방, 목걸이, 반지, 시계 등 전 씨로부터 선물 받은 모든 귀금속류 역시 임의제출을 통해 압수됐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