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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국채 시장이 되살아났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지난 1년여 간 채권 시장을 강타한 긴축 사이클이 끝날 수 있다는 신호에 따라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 국채 시장으로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Fed는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글로벌 자산 가격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 떨어져 연 4.67%까지 하락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금리는 지난 1일엔 하루 만에 0.19%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2일에도 0.12% 포인트 추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엔 16년 만에 최고치인 연 5%를 돌파한 바 있다. Fed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량 증가 전망에 따라 투매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FT는 "채권 시장 랠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 때문이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이 동결을 결정한 뒤 "향후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다. UBS 자산관리의 솔리타 마르첼리 미주지역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회의는 Fed가 긴축 사이클 막바지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고, 시장이 더 이상 높은 금리를 책정하는 데 너무 공격적이었다는 견해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 랠리는 주식시장으로 이어졌다. 이날 S&P 500 지수는 약 1.4% 상승했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회사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상무이사는 "Fed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을 준비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금융 여건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도 지난 1일 "장기 국채 발행 속도를 늦추겠다"고 발표하는 등 국채 금리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영국 국채도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연 5.25%) 발표 이후 모처럼 기지개를 폈다. 영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9%포인트 하락한 연 4.70%로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5%포인트 떨어져 연 4.35%가 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